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 관세 부과에 미국 또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 경고등이 켜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무역통상 정책이 '미국의 번영'을 가져오기보다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미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관세 부과에 따른 부정적 여파가 상대국에 먼저 타격을 주겠지만, 미국 경제에도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키울 것이란 것이다.
경제분석업체 앤더슨이코노믹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멕시코와 캐나다에 예고한 관세가 시행되면 3열 풀사이즈 SUV 가격이 9000달러(약 1300만원) 오르고, 크로스오버 전기차는 최대 1만2200달러(약 1800만원)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의 자동차 업계 공급망이 긴밀하게 연결된 상황에서 고율 관세 부과는 결국 미국 소비자에게 가격 인상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뜻이다. 포드의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도 지난달 자동차 업계 행사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미 자동차 업계는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관세 부과의 부정적 충격은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수 경제학자는 관세가 부과 대상국은 물론 미국의 성장률을 함께 낮추고 물가상승률마저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미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워윅 맥키빈 선임 위원은 지난 1월 보고서에서 멕시코·캐나다에 25% 관세 부과 시 미국의 성장률을 2026∼2029년 매년 0.2%포인트(P)가량 낮추고, 2025년 인플레이션을 0.43%P 높이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추산했다.
상대국의 보복 조치 예고는 이 같은 '부메랑 효과'의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중국과 멕시코, 캐나다의 보복 관세는 미국 내 에너지 가격과 장바구니 물가에 직격탄을 줄 수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초래하지 않는다”며 우려를 일축해왔다.
그럼에도 최근 경제지표에선 미국 성장세가 이미 둔화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가 속속 감지되고 있다. 경제조사단체 콘퍼런스보드의 2월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는 1월 대비 7P나 하락해 2021년 8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실제 소비 둔화도 지표로 확인된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1월 개인소비지출은 전월 대비 0.2% 감소해 팬데믹 시기인 2021년 2월(-0.6%)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감소율을 기록했다. 금융회사 SWBC의 크리스 브리게티 최고투자책임자는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부과한 관세가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키울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