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헌재)가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부터 헌재의 파면 선고까지 123일을 돌아봤다.

▲2024년 12월 3일 22시 27분=윤석열 전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윤석열 전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당초 예산안 관련 언급이 있을 것이라고만 알려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긴급 담화를 통해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면서 “이는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12월 3일 23시 00분=포고령 제1호 발령
계엄사령관 명의로 포고령 1호가 나왔다. 박안수 계엄사령관은 포고령을 통해 “반국가 세력의 대한민국 체제 전복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포고한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으로는 국회 등의 정치활동 금지, 언론·출판의 계엄사 통제, 파업·집회 금지, 여론조작·선동 금지, 의료인 복귀 등이었다.
아울러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 계엄법에 의해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처단한다고 명시했다.
경찰은 일찌감치 국회 외곽을 봉쇄했고 이후에는 계엄군이 국회 경내에 진입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국회의원들과 보좌진, 당직자, 국회 직원, 취재진 등은 본청 창문을 깨면서까지 본청 진입을 시도한 계엄군에 맞서 의자, 테이블, 소화기 등 각종 집기류를 활용해 국회 본청 주요 출입구를 막았다.

▲12월 4일 1시 1분=국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전체 300명 중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가결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같은 날 오전 4시 30분경 국무회의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했다.
다만 우원식 국회의장 등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 이후에도 본회의장을 지켰고 민주당·조국혁신당 등 당시 야당 국회의원들 역시 자리를 뜨지 않았다. 헌법 77조에 따르면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 그러나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야 한다는 세부 법률 조항을 처리하는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의도였다. 우 의장과 야당 의원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본회의장에서 지속해서 대기했다. 결국은 혹시 모를 2차 계엄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우 의장과 한덕수 국무총리의 통화가 이뤄지며 국무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가 이뤄졌다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국회에 공개됐다.

▲12월 4일 오후=한덕수·한동훈·추경호 등, 윤석열과 회동
이날 오후 당시 여당 투톱이었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해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석열 대통령과 회동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12월 7일 오후 9시 20분경=1차 탄핵소추안 정족수 부족으로 폐기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당이 제출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만 표결에 참여해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불성립됐다. 대통령 탄핵안은 재적 의원 300명 중 3분의 2인 200명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국민의힘은 앞서 의원총회(의총)에서 윤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부결을 당론으로 결정한 바 있다. 여당 의원들은 이탈표 차단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김건희 여사 특검법)' 표결 이후 안철수 의원을 제외하고 전원 퇴장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며 오후 9시 20분까지 3시간가량 투표 종료를 선언하지 않았다. 그 사이 김예지·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투표에 참여했지만 더는 투표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표결에 참여했던 김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은 자격이 없다”고 밝히면서도 '당론에 따라 부결했다'고 밝혔다.

▲12월 8일 오전 11시=한동훈 국민의힘 대표-한덕수 국무총리 대국민 공동 담화
당시 대표직을 수행하던 한동훈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질서 있는 조기퇴진'을 언급했고 국무총리와 당대표의 정례 회동 등을 통해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 총리는 공동 국정운영 대신 예산안 통과를 언급해 대조를 이뤘다. 공동 대국민 담화임에도 지향점이 서로 달랐던 셈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우원식 국회의장과 야당 등은 이를 위헌이라며 일제히 반발했다.

▲12월 12일 오전=윤석열 제4차 대국민 담화 및 권성동 신임 원내대표 당선
윤석열 대통령이 네 번째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한 대표가 꺼낸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이나 자진 사퇴를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를 고유의 통치행위라고 언급하며 수사·탄핵에 당당히 맞서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면서 '부정 선거' 의혹을 정면에 내세웠다. 다만 계엄군을 국회에 투입해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가결을 저지하려고 했다는 의혹은 부인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가 열리는 상황이었다. 소방수 후보로 나선 권성동 의원이 결국 새로운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담화 소식을 접한 권 의원의 짜증 섞인 반응이 SNS에서 이슈가 됐다.

▲12월 14일 17시=2차 탄핵안 가결
결국 윤석열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이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300표 중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였다. 1차 투표에서 당론으로 투표 미참여를 결정했던 국민의힘은 자율 투표로 방법을 바꿔 부결 투표를 호소했다.
그러나 1차 탄핵안 표결과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여당 내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질서 있는 퇴진을 거절한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공개적으로 찬성 의견을 밝혔고 가결하겠다고 공개한 국민의힘 의원도 생겨났다. 결국 직접적인 이탈표가 12표나 나오면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다. 기권·무효 등을 더하면 사실상 20표가 이탈한 것이어서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이 뇌관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여당은 지도부 총사퇴를 결의했고 한대표가 이틀 뒤 당대표직 사퇴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탄핵소추안 가결의 책임을 한 대표가 지게 된 셈이었다.
▲1월 15일=윤석열 대통령, 전격 체포
공조수사본부가 이날 2차 체포영장 집행을 통해 윤 대통령을 전격적으로 체포했다. 12·3 비상계엄 이후 43일이자 1월 3일에 있었던 1차 체포영장 집행 시도 이후 12일 만이었다. 나흘 뒤인 19일 새벽 서울서부지법이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이에 항의하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부지법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켰다.
결국 검찰은 1월 26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적용해 윤 대통령을 구속기소했다.

▲3월 7일=법원, 윤 대통령 구속취소 신청 수용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구속 상태에서 풀려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가 이날 구속기간 계산, 수사권 등 절차 적법성 등을 이유로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결정한 탓이다.
이후 심우정 검찰총장은 대검찰청 간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 등과 이틀에 걸쳐 회의한 끝에 '즉시항고'를 포기했다. 심 총장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냈다.
그러나 야당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쏟아져나왔다. 이들은 지난 2월 25일 탄핵소추안에 대한 11차 변론기일을 끝으로 별다른 소식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석방된 것을 문제 삼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5당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때까지 연대를 바탕으로 공동 대응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4월 4일 오전 11시 22분=헌재, 윤 대통령 파면 선고
헌법재판소가 마침내 대통령 탄핵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11시22분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 시점을 기준으로 대통령 직위를 잃었다. 헌법재판관 8명의 만장일치였다.
8명의 재판관은 국회 측의 5개 탄핵소추 사유를 모두 인정했고 윤 대통령 측 주장은 수용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요건과 절차를 위반하여 비상계엄을 선포한 행위 △위헌적인 내용의 계엄포고령 1호를 작성하고 발표한 행위 △군과 경찰을 동원하여 국회의 정상적인 활동을 방해한 행위 △영장 없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압수 수색을 하려 한 행위 △주요 정치인과 법조인에 대한 체포와 구금을 지시한 행위 등이다. 탄핵소추 절차 등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날 선고는 지난 2월 25일 변론 절차를 종결하고 재판관 평의에 돌입한 뒤 38일 만이다. 그 사이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8-0 인용'부터 '6-2 인용' '4-4 기각', '5-3 기각'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최종 결론은 만장일치 파면이었다. 12·3 비상계엄이 발생한 지 123일 만이자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111일 만이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