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4일 파면됐다. 헌법재판관 8명 전원이 국회 탄핵소추를 인용했다.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후 122일만이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정사 두 번째 파면된 대통령이 됐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대한민국을 위해 일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다”고 헌재 판결에 승복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11시22분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밝혔다. 파면 효력은 즉시 발생해 이를 기점으로 윤 대통령은 직위를 잃었다.
8명의 재판관은 국회 측의 5개 탄핵소추 사유, 즉 △헌법과 법률이 정한 요건과 절차를 위반하여 비상계엄을 선포한 행위 △위헌적인 내용의 계엄포고령 1호를 작성하고 발표한 행위 △군과 경찰을 동원하여 국회의 정상적인 활동을 방해한 행위 △영장 없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압수수색하려 한 행위 △주요 정치인과 법조인에 대한 체포와 구금을 지시한 행위 등을 모두 인정했다. 탄핵소추 과정에의 절차 문제도 없다고 봤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의 반박은 모두 일축했다.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서도 실체적, 절차적 요건을 모두 위반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이 주장한 '경고성·호소용 계엄'은 계엄법이 정한 계엄 선포의 목적이 아니고 국무회의 심의도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비상계엄은 헌법과 계엄법에 따라 실체적 요건으로 군사상 필요나 공공의 안녕질서 유지 목적이 있을 것을 요구한다며, 국정 마비 상태나 부정선거 의혹은 정치적·제도적·사법적 수단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병력을 동원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야당의 전횡과 국정 위기 상황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경고성·호소용 계엄이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계엄법이 정한 계엄 선포의 목적이 아니다”고 명확히 했다.
헌재는 이처럼 윤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비상계엄을 선포함으로써 국가 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해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고 사회, 경제, 정치, 외교 전 분야에 혼란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고, 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 등 헌법 기관의 권한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함으로써 헌법 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대한 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했다고 판결했다.
결국 이 같은 위헌, 위법한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문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윤 대통령)의 법 위반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친 부정적 영향과 파급 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헌재 선고 2시30분 후인 이날 오후 1시50분께 변호인단을 통해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그동안 대한민국을 위해 일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다. 많이 부족한 저를 지지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고 죄송하다”면서 “사랑하는 대한민국과 국민 여러분을 위해 늘 기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후임 대통령을 뽑기 위한 대선 준비에 돌입했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후 60일 이내에 후임 대통령을 뽑기 위한 대선을 치르도록 규정한다. 이에 따라 차기 대선이 늦어도 6월 3일에는 치러져야 한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50일 전까지 대선일을 공고해야 하는 만큼, 한 권한대행은 오는 14일까지는 대선일을 지정해야 한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