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0일 새벽 김문수 후보를 배제하고 한덕수 예비후보를 단독 대통령 후보로 등록하면서, 대선 정국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한 후보는 입당과 동시에 “여기서 대한민국의 기적이 멈춰선 안 된다”며 결의를 다졌으나, 그가 주창해온 '개헌 빅텐트' 구상은 여전히 불확실성 속에 놓여 있다.

핵심은 두 축이다. 개혁신당의 이준석 후보와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전 총리의 합류 여부다. 그러나 현재 두 인물 모두 '한덕수 중심의 연대'에는 명확히 선을 긋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 후보를 놓고 동종전과(同種前科)를 또 쌓을 줄은 몰랐다”며 김문수 후보의 교체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그는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를 밀어주기로 밀약한 것 아닌가 싶다”며 “이제 개혁신당이 이재명 독주를 막을 유일한 정당”이라고며, 명확한 독자 노선을 재확인했다.
이낙연 전 총리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한덕수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한다면 함께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한 후보와의 회동 사실은 인정했지만, 그것은 '위기 인식'과 '개헌 공감' 수준의 대화였다고 선을 그었다.
여기에 국민의힘 내부 경선에 함께 참여했던 후보들까지 한덕수 후보에 등을 돌리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대선후보 교체 막장극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한밤중에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를 기습적으로 교체한 것은 세계 민주정당사에 전무후무할 흑역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정상적인 후보 단일화 과정으로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한×이 한밤중 계엄으로 자폭하더니 두×이 한밤중 후보 약탈교체로 파이널 자폭을 하는구나”라며 “이 세×들 미쳐도 좀 곱게 미처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한국 보수 레밍정당은 소멸되어 없어지고 이준석만 홀로 남는구나”라고 했다.
한동훈 전 후보도 앞서 “비대위가 책임당원 77만 명이 참여한 경선을 무효화하고 당원이 아닌 후보로 교체한 것은 정당 민주주의를 버린 것”이라며 “국민의힘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고 직격한 바 있다.
이처럼 외연 확장뿐 아니라 내부 지지기반 결속에도 실패한 채 시작된 한덕수 중심의 후보 체제가 '빅텐트'가 아닌 '고립된 진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법치와 개헌이라는 명분은 있지만, 연대의 실체가 없다면 결국 각개전투로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후보 교체 과정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친윤계의 기획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용산과 당 지도부가 합작해 한덕수를 띄우며 윤석열 재신임 대선으로 몰고 가려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김문수 전 후보 역시 “이번 단일화는 미리 짜인 각본”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김문수 후보 측은 후보 지위 박탈이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등록을 시도할 가능성도 열려 있어, 국민의힘 내부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