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계엄·탄핵으로 소비 심리는 금융위기 이후 최악 수준으로 쪼그라 들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마지막주 신용카드 사용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줄었다. 앞서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소비자심리지수도 마찬가지다. 전월 대비 12.3포인트(P)가 하락하며 코로나 팬데믹 기간 수준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꽁꽁 얼어붙은 마음처럼 지갑 역시 굳게 닫혔다.
새해가 시작된지 벌써 보름 가까이 지났지만, 얼어붙은 소비 심리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새해 들어 KDI가 내놓은 '1월 경제동향' 역시 “경기 하방 압력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할 만큼 상황은 악화일로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건 결국 자영업자다. 이미 지난해 11월 안팎으로 접어들면서 은행권이 대출을 조이자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2금융권에서 급전을 찾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말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42조5453억원으로 최대치를 다시 썼다.
카드업계 역시 카드론 영업에 적극적이다.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고 대손상각하는 비용도 꾸준히 증가추세지만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굳이 잔액을 확대할 이유가 없다. 카드론 금리는 평균 15%에 달한다.
약화된 본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라지만 최근의 증가세는 카드업계가 '풍선효과'로 몰린 취약차주에 대한 영업을 적극 확대하면서 부추긴 영향이 없지 않다. 증권가에서도 이러한 '풍선효과'를 악화된 카드사 수익을 벌충해 줄 카드로 여기고 있다.
물론 카드사의 올해 업황 역시 어둡다. 그렇다고 벼랑 끝으로 몰린 자영업자에 대부업체처럼 굴 수만은 없는 일이다. 데이터, 플랫폼, 신기술투자 등 새 먹거리 발굴을 위한 변화와 혁신을 더는 미뤄서는 안된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