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회할 기회가 몇 년 남지 않았습니다.”
위기론이 불거진 삼성 반도체에 대한 평가다. 빠른 시일 내 확실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투자마저도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내년 설비투자액(CAPEX)은 올해보다 소폭 줄어들지만 유사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시장 상황이다. 그간 시장 1위인 메모리 사업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이나 시스템 반도체 설계에 투자했는데, 이제는 메모리 사업마저 위태로워서다.
삼성은 1993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에 등극한 후 수차례의 경기 침체(다운사이클)도 극복하며 성장을 이어왔다. 메모리가 삼성의 핵심 성장 동력이었던 것이다. 삼성전자 메모리의 최강자 지위가 흔들린다면 수익창출부터 신성장동력 투자까지의 선순환 구조도 위협받을 수 있다.
시장 경쟁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경쟁사들도 매년 수십조원을 투자하며, 삼성전자를 위협한다. 여기서 삼성 반도체가 메모리 사업에서의 경쟁력마저 잃는다면 투자 사이클이 끊겨 좁힐 수 없는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재기를 위해서라도 본진인 메모리를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시급한 건 혁신적 변화다. 올해 '소통'과 '토론'을 기치에 내건 변화를 시작했지만 부족하다. 직원들이 경쟁사 경력 채용에 대거 지원했다는 소식이 이를 반증한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로 대변되는 1993년 고(故)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급 변화가 절실하다. 명확히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할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된다.
연말 삼성 인사는 변화 시그널을 제시할 중요 포인트다. 한때 시장 강자였던 노키아, 블랙베리, 코닥 등이 쇠락의 길을 걷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삼성이 같은 길을 걷지 않길 바란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