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1만명 이상 국제행사 시대, 새로운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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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동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AoM Seoul 2035 임시 유치준비위원장·전 한국경영학회 회장

대한민국이 글로벌 지식·산업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세계적 규모의 국제행사 유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여야 할 시점이다. 최근 국제행사 시장은 단순한 행사 개최를 넘어 도시와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전략 자산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1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초대형 국제행사는 단순한 행사 한 건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참가자들의 숙박과 관광 소비 증가에 따른 직접적인 경제효과는 물론 도시 브랜드 가치 상승,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 산업 협력 기회 창출, 국가 이미지 제고 등 장기적 파급효과를 동시에 가져오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학술행사는 일반적인 관광 행사와는 성격이 다르다. 세계적인 석학과 연구자, 산업계 리더들이 함께 참여하는 대규모 국제학술행사는 글로벌 지식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새로운 산업 협력과 혁신 생태계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단기적인 행사 효과를 넘어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구축하는 전략적 자산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세계적 규모의 학술단체들이 아시아 개최를 적극 검토하면서 국내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 최대 규모 수준의 경영학 분야 국제학술단체인 아카데미 오브 매니지먼트(Academy of Management)와 같은 행사는 전 세계에서 2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표적인 글로벌 행사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행사가 국내에서 개최될 경우 경제적 파급효과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글로벌 위상과 국가 브랜드 가치 향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초대형 국제행사의 유치 과정은 기존 국제회의 유치 방식과는 접근 자체가 다르다. 단순히 해외 행사에 참석하거나 제안서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사전 심포지엄 개최, 주최 본부 관계자 현장 실사 지원, 글로벌 주요 국가 방문 협의, 핵심 의사결정자 대상 네트워크 구축 등 장기간에 걸친 전략적 유치 활동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문제는 현재의 지원 체계가 이러한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정부 예산 총액을 늘리는 것을 넘어 지원 체계 자체의 구조적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의 예산 배정 방식은 행사 유치 이후 투입되는 '개최 지원'에 상대적으로 집중돼 있는 반면, 실제 승부가 이루어지는 초기 유치 단계에 대한 지원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수만명 규모의 초대형 국제행사일수록 결과는 개최 단계가 아니라 유치 단계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민간 중심 유치위원회가 추진하는 국제학술행사의 경우 전략적 유치 활동에 필요한 재원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해외 주요 도시들은 이미 초대형 국제행사를 도시와 국가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단순한 행사 예산이 아니라 도시 홍보와 투자 유치,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미래 산업 육성에 대한 장기 투자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역시 이제는 국제행사를 단순한 행사 개최의 관점이 아니라 국가 전략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에 걸맞은 초대형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유치하고 대한민국을 글로벌 학술·지식 허브로 도약시키기 위해서는, 행사 규모와 파급효과를 고려한 보다 유연하고 현실적인 정부 지원 체계 개선이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지금이 바로 국제행사 유치 전략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양희동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AoM Seoul 2035 임시 유치준비위원장·전 한국경영학회 회장 hdyang@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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