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이동통신사가 노후 통신장비 교체와 5G 단독모드(SA) 전환, 인공지능(AI) 적용을 위한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망 안정성과 이용자 체감 품질을 높이고 차세대 네트워크 운용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오랜만에 수백억원 단위 프로젝트가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사업 규모만 보면 통신장비 업계에도 적지 않은 기회가 생길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장 반응은 조심스럽다. 최근 네트워크 투자는 과거 LTE와 5G 전국망 구축처럼 장비를 대규모로 새로 설치하는 사업과 다르기 때문이다.
국산 장비업계는 통신사가 이번 망 개선에서도 저가 중심 구매 방식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는 글로벌 통신장비사에 유리하다. 글로벌기업은 대규모 물량을 바탕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지만, 내수와 해외 납품 실적이 부족한 국내 업체는 같은 조건으로 맞서기 어렵다.
저가 위주 구매 방식의 문제점을 생각해볼 때다. 저가 발주가 반복되면 국산 장비업체는 당장의 매출 감소는 물론이고 다음 장비를 개발하고 유지보수 인력을 지킬 여력이 줄어든다. 글로벌 기업과 가격·성능 격차는 더 벌어진다.
길게 보면 몇 차례 수주에서 밀린 업체가 사업을 축소하거나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 이는 통신사가 선택할 수 있는 공급사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통신사의 협상력이 약해지면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한층 높은 가격의 청구서를 받을 수 있다.
통신사 입장에서 투자 효율화는 중요한 가치지만 가격 위주로 공급사를 고르는 구조가 굳어지면 국내 장비 기반은 더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국내 업체에 무조건 물량을 보장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산업 생태계와 같이 갈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국내 기업에 일정 구간에서 장비 성능을 검증하고 개선할 기회를 제공해 역량을 높이고, 가격과 함께 기술력과 유지보수·장애 대응 역량도 평가해야 한다. 통신사의 수백억원 규모 투자가 비용 절감에만 머물지 않고, 국내 통신산업 생태계 발전으로 이어질 묘수를 고민해야 한다.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