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분야 마이데이터'라는 단어는 다소 딱딱한 제도명처럼 들리지만, 그 출발점은 우리의 평범한 일상 속에 있다. 병원 진료 기록, 매달 청구되는 전기요금, 통신비와 신용카드 결제 내역은 모두 우리 삶이 만들어낸 흔적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이 정보들을 가장 필요한 순간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건강검진 수치는 종이 한 장에 남고, 전기 사용량은 고지서 안에 갇히며, 마땅히 누려야 할 복지 혜택은 복잡한 안내문 속에 숨어버린다. 매일 통장 잔고는 확인하면서도 정작 '내 권리의 잔고'는 들여다보지 못하는 역설, 이것이 바로 전분야 마이데이터가 등장한 핵심 이유다.
정보는 곧 힘이자 자산이다. 그러나 타인의 서버에 영구히 보관만 되는 정보는 결코 나의 힘이 될 수 없다. 내가 직접 들여다보고 관리하며 필요한 곳에 연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정보는 나의 자산이 된다. 물론 기업이 정당한 동의 절차를 거쳐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더 나은 서비스와 행정을 위해 데이터는 반드시 쓰여야 한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기업이나 기관이 내 데이터를 무기한 쌓아두고 '사실상의 통제자'로 군림하는 일이다. 집 열쇠를 관리업체에 맡길 수는 있어도 집의 소유권 자체를 넘기는 사람은 없다. 개인정보 역시 마찬가지다. 전분야 마이데이터의 핵심은 '누가 데이터를 더 많이 갖는가'가 아니라 '데이터의 최종 권한이 어디에 있는가'다. 정보가 기업 서버에만 머물면 개인은 수동적인 결과 수신자에 불과하지만, 스마트폰처럼 개인의 손안에서 관리되면 우리 스스로 서비스를 선택하고 주도하게 된다.
전분야 마이데이터의 혁신이 가장 먼저 체감돼야 할 영역은 '복지'다. 오랫동안 우리 복지는 제도를 알아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신청주의'에 머물러 있었다. 정작 도움이 가장 절실한 가족돌봄 청년이나 홀로 사는 어르신은 정보 부족과 복잡한 절차로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만약 개인이 자신의 소득·건강·주거·에너지 데이터를 스스로 모아 연결할 수 있다면 어떨까. 복지는 신청한 사람만 받는 제도에서 '권리가 있는 사람을 먼저 찾아가는 서비스'로 탈바꿈할 수 있다. 단, 이는 행정기관이 개인을 임의로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허락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나의 권리를 먼저 안내하는 '복지 알리미'가 되어야 한다. 동의는 명확하고 철회는 쉬워야 하며, 누가 언제 어떤 목적으로 정보를 썼는지 개인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찾아주는 복지는 감시가 아니라 배려가 된다.
개인정보 주권은 단순히 내 정보를 지키는 방어적 권리에서 끝나지 않는다. 나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될 때 그 가치는 극대화되고 자산이 된다. 가장 절박한 순간을 떠올려 보자. 갑작스러운 사고로 의식을 잃고 응급실에 실려 가도, 평소 내가 허락해 둔 방식대로 스마트폰 속 '에이트(aeit)' 애플리케이션(앱)의 의료 데이터가 의료진에게 즉시 전달되면 지병과 최근 수술 기록, 복용 중인 약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데이터의 통제권을 내가 쥔다는 것은 이렇게 생명을 살리는 일까지 가능하게 한다. 이때 생겨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마이데이터형 기회소득'이다. 내 삶의 데이터가 자산으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몰라서 놓쳤던 복지급여를 찾아내며, 건강 악화를 예방해 병원비를 줄이고, 새어 나가는 에너지를 막아 생활비를 절감하는 것 모두가 나에게 돌아오는 값진 배당이다.
물론 이 모든 변화의 전제는 보안과 신뢰다. 정보보안과 클라우드 개인정보보호 분야에서 오래 일해 온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전분야 마이데이터는 데이터를 무작정 긁어모으는 사업이 아니라 '데이터를 안전하게 움직이게 하는 신뢰의 영역'이다. 진정한 보안은 데이터를 금고에 가둬두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다. 투명한 목적 제한, 암호화, 명확한 접근통제, 그리고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는 가시성이 함께 확보돼야 한다. 솔티랩코리아가 선보이는 '에이트(aeit)' 앱이 데이터의 무게중심을 기업의 중앙 서버가 아니라 '개인의 단말기'에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에이트는 또 하나의 거대한 데이터 창고가 되기를 거부하고, 내 손으로 직접 나의 데이터를 관리하고 통제하도록 설계된 '나만의 데이터 보물창고'다.
최근 화두인 인공지능(AI) 역시 순서가 중요하다. 기술이 먼저가 아니라 '개인의 권리와 존엄'이 우선되어야 한다. 진정한 내 삶의 AI 동반자는 기업이 몰래 축적한 데이터로 나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허락한 내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가 누려야 할 권리와 놓친 혜택, 다가올 위험을 짚어주는 조력자여야 한다. 이 원칙이 지켜질 때 AI는 개인정보 주권을 실현하는 진정한 동반자가 된다.
이제 막 싹을 틔운 전분야 마이데이터 생태계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이다.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국민이 세 가지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내 삶의 정보는 어디에 있는가. 누가 어떤 목적으로 쓰고 있는가. 그 결과 나는 어떤 혜택을 얻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서비스는 편리해도 신뢰받기 어렵고, 끝내 일부 기업만의 이익으로 변질될 수 있다. 흩어져 방치된 정보는 그저 스쳐 가는 기록에 불과하지만, 내 손으로 관리하는 내 삶의 데이터는 깊은 서랍 속에 머물지 않고 필요한 순간 내 곁으로 돌아와 나를 돕는 친구이자 동반자가 된다. 그 길의 첫걸음은 단 하나다. 바로 '내 삶의 데이터의 주인은 나'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오늘부터 스스로 챙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정승기 솔티랩코리아 대표 victor@sortiela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