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최고 수준의 '반도체 동맹' 의지를 다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첨단 반도체 기술 공동 개발부터 공급망 관리까지 다각적 협업을 약속했다. 양국 반도체 역량을 토대로 한 협력 체계를 구축, 첨단 반도체 시장을 한미가 함께 주도한다는 취지다.
다만 미국의 중국 제재로 인한 국내 반도체 업계 우려는 해소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의 첨단 반도체 장비 도입 등 당면 과제에 대한 해법이 구체화되지 않아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우리 정부는 한미 관계부처 간 협의를 지속할 것이라 밝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반도체를 양국 경제 안보 협력 체계를 강화할 핵심 수단으로 손꼽았다. 이에 △최첨단 반도체 △첨단 패키징 △첨단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등에서 기술 협력을 견고히 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3개 분야 공동 기술 개발과 기술 실증, 인력 교류 등을 골자로 한 협력 프로그램을 마련할 방침이다. 지속 성장세가 예상되는 반도체 분야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한미가 힘을 합친다는 의미다. 메모리 반도체와 제조 역량을 갖춘 우리나라와 시스템 반도체 설계와 장비에 강점을 가진 미국이 손을 맞잡는 만큼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은 정부 간 교류에서 그치지 않고 민관이 공동 참여하는 '한미 반도체포럼(가칭)'을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기업과 학계 참여로 기술 연구개발(R&D)과 인력 교류 실효성을 높이려는 포석이다. 반도체 첨단 기술 연구 핵심 기관끼리의 협력 방안도 모색한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첨단 공정 등 기술 개발 허브 역할을 맡을 기관 'ASTC'를, 미국은 반도체과학법에 따라 110억달러 R&D 지원을 진두지휘할 'NSTC'를 구축 중이다.
이번 회담이 기술 협력에만 치우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작 업계가 바라던 한미 협상 성과는 가시화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는 윤석열 대통령 방미로 대중국 규제로 인한 우리 기업 우려가 다소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당장 시급한 건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 대한 유예 연장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첨단 장비의 중국 수출을 규제했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은 1년 유예를 받았다. 유예 기간이 9월이면 끝나는 만큼 이를 연장하는 것이 최대 과제로 지목됐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 반도체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중국 생산 능력을 10년간 5% 이상 넘기지 못하는 규제는 사실상 확정됐다고 본다”면서도 “우리 기업의 중국 공장 기술 업그레이드를 위해 반도체 장비 도입 유예는 반드시 연장돼야 하는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상회담에는 장비 수출 규제 연장 등 업계 관심사는 공식화되지 못했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양 정상은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와 관련해 우리 반도체 기업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공감하고 향후 우리 기업에 대한 장비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상이 아직 끝나지 않음을 시사한 것으로 우리 기업들의 중국 사업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의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7일(현지시간) 미 상무부와 장관회의에서 '한미 반도체 공급망 산업 대화'를 개최한다. 양국 반도체 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론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중국 반도체 규제를 둘러싼 양국 이해관계가 조율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