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이 남다른 인프라를 이용, '생명의 비밀'을 파헤치는 성과를 내고 있다. 대학·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갖추기 힘든 대형연구시설·장비로 산하 연구단은 물론, 기초과학계 전반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사례를 먼저 들 수 있다. 이들은 별세포(별 모양 비신경세포) 연구로 퇴행성 뇌 질환 원인·치료전략 제시에 나서고 있다.
크기·수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중증 반응성 별세포'가 독성물질인 과산화수소를 생성해 치매로 이어짐을 규명했다. 치매 부산물로만 여겼던 반응성 별세포에 주목해 새로운 치료 방향을 제시했다. 이 연구에는 IBS 리서치솔루션센터(RSC) 실험동물 자원이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RSC는 생쥐 기준 최대 3만 두를 수용 가능한 시설, 전임 수의사를 두고 연구지원 중이다.
바이오 분자 및 세포구조 연구단이 수행한 '인슐린유사성인자(IGF)' 탐구 연구도 RSC 지원에 힘입어 성과로 이어졌다. IGF는 인슐린과 유사한 분자구조를 가진 호르몬이다. 신체 발달을 촉진하고 인슐린과 협력해 혈당을 조절한다. 종양 발생에도 관여하는 중요 요소다. 연구진은 RSC의 첨단 초저온투과전자현미경(Cryo-EM)을 활용해 IGF 삼중복합체의 3차원 분자구조를 규명하고, 구성요소 간 상호작용을 밝혀냈다. 관련 질환 치료제 개발에 한 발 더 다가섰다.
기후물리연구단은 초고성능컴퓨터 '알레프'를 사용, 200만년에 달하는 기후 시뮬레이션 자료를 구축했다. 6개월에 걸쳐 알레프를 사용해 500테라바이트(TB) 모델 자료를 생성했다. 이를 활용해 우리 인간의 기원을 연구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오랜 기간 변모한 기후가 전 지구 고대 인류종 서식지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고, 각 종족이 어떻게 계승됐는지 파악하는 실마리를 줬다.
이들은 모두 RSC 공동 활용 시설과 장비를 통해 높은 성과를 거뒀다. IBS는 타 기관이 갖추기 어려운 대형연구시설과 장비를 활용한 연구를 전략 분야로 설정 중이다.
RSC는 올해에도 대용량 연구데이터 분석·공유를 위한 '데이터 아카이빙 시스템', 나노미터(㎚) 수준 이미징·분석 장비인 '전계방사형 주사전자현미경' '초해상력 공초점 레이저 주사현미경' 등 장비를 새롭게 확보하는 등 규모를 넓혀가고 있다. 실험동물 자원을 제외한 장비들은 대외 개방률 100%를 유지하고 있어 학계 전반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하성도 RSC센터장(IBS 부원장 겸임)은 “복수 연구단이 사용하는 장비는 IBS 본원이 나서 구축·운영하고 활용 전문가도 확보해 연구 결과의 양과 질적 성과를 증대하고자 한다”며 “IBS 연구진을 넘어 외부 연구자에게도 IBS가 문제 해결을 지원한다는 인식을 주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는 기초과학연구원(IBS)과 공동기획으로 작성됐습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