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산업혁명은 주동력원이 증기에서 전기로 전환되며 촉발됐고 대표적 변화로 컨베이어벨트 등장과 이로 인한 자동차 대량생산이 꼽힌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자동차는 인간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으로 운전자가, 화석연료에서 전기로 동력이 전환되며 다시금 변혁 주체로 대두했다. 자동차는 거대한 전후방 산업과 국가별 특유의 비교우위 요소 및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어 혁신 경로가 다양할 수 있음에도 기후변화 대응과 패러다임 전환 기회 선점을 위해 자동차 강국들은 예외 없이 내연기관과 헤어질 결심을 굳히고 당근과 채찍을 동반한 마일스톤을 속속 내놓고 있다.
◇미국, IRA와 주 정부 화답으로 전기차 도약 꿈꿔
미국에서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금지를 확정한 첫 주자로 경제 규모 1위이자 미국 자동차 판매량의 11%를 차지하는 캘리포니아주가 나섰다. 지난 8월 무공해 차량 판매규칙을 통해 캘리포니아에서 판매되는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을 2030년 68%, 2035년 100%로 높여야 하고 목표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대당 2만달러 벌금을 부과토록 결정한 것이다. 뉴욕·펜실베이니아 등 여러 주가 캘리포니아의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을 준용하고 있어 내연기관 신차 판매금지 공식화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워싱턴주는 203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 내연기관 자동차 신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한 바 있으며, 구체적인 규정 마련을 위해 9월 7일부터 주민 의견 수렴에 착수했다.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주 모두 금지 시점 이전에 구매한 화석연료 차량의 보유 및 중고차 매매는 가능하게 했다.
중국과 치열한 기술패권 경쟁을 펼치는 미국은 8월 16일 확정된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에서 차량(미국 현지에서 조립·생산), 배터리(부품의 일정 비율 이상 미국에서 제조), 핵심 광물('우려 해외집단'에 의해 채취·정제·재활용된 경우 제외)에 대한 엄격한 보조금 지원대상을 규정함으로써, 중국 직접 견제와 자국 전기차의 경쟁력 제고 의지를 천명했다. 앞서 미국 의회는 미국 내 전기차충전소를 현재 약 10만개에서 50만개(고속도로 50마일당 1개)로 늘리기 위한 50억달러 예산을 승인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2027년까지 연방정부가 구매하는 자동차를 모두 전기차 또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로 구매토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2021년 12월)한 바 있다.
◇중국, 전기차 선도국답게 자신감 넘치는 행보 과시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자 공급국인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으나 중앙정부 차원 내연기관 종식 시점은 발표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중국의 하와이로 불리는 하이난성이 지방정부 중 처음으로 2030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중단을 선언(8월 22일)했고, 올해 1~7월 판매에서 테슬라(63만대)를 누르고 세계 1위 전기차 기업으로 등극한 비야디(BYD, 80만대)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제외한 내연기관차 생산을 3월부터 중단한 것으로 알려진다. 새로운 내연기관 엔진 개발 중단을 선언한 기업들은 있지만, 생산까지 중단하며 전기차 기업으로 탈바꿈한 첫 사례로 이목이 쏠린다. 아울러 지난 8월 주화롱 창안자동차 회장은 중국 정부에 내연기관차 판매금지 데드라인 제시를 촉구했는데 이는 전기차 전면적 이행에 대한 업계 자신감 표출로 해석된다.
◇복잡한 속사정에도 목표 시점 도출한 유럽
유럽연합(EU)은 일부 회원국과 완성차업계 반대에도 유럽의회 의결(6월 8일)에 이어 27개국 환경부장관들이 2035년부터 내연기관이 장착된 신차 판매 금지법안에 최종 합의(6월 29일)했다. 이후 회원국별로 법 개정 절차를 거쳐 시행될 예정인데,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탄소배출을 55% 줄이고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가 금지된다. 연간 차량 생산량이 1만 대 미만인 중소 업체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을 5년 연장하며, 향후 하이브리드 등 부분 전동화 차종에 대해서는 2026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2021년 10월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2050년 무공해차로 100% 전환이라는 장기 목표를 설정한 바 있고,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신규 등록을 금지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으나, 국가 차원 세부 일정은 공표하지 않는 상황이다.
국제사회와 공공 부분 의지에도 이행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산업계의 적극적인 동참이 절실하다. 촉박한 일정에 맞춰 시설 투자, 연구개발 및 글로벌 공급망을 확보해 내연기관차 수준 가격과 안전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급속충전소 등 인프라 확충과 구매보조금 등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조성 노력도 필요하고, IRA라는 환경변화에도 슬기로운 대처가 필요하다. 패러다임 전환기 자동차산업에서 새로운 강자로 거듭나는 것은 기술, 제도, 인재, 외교 등 각 부문이 최선의 역량을 펼칠 뿐 아니라 긴밀한 협력으로 정교한 오케스트레이션이 이뤄져야 가능한 과업이다.
글 : 이효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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