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줌인]푸틴 겨냥한 '금융 핵폭탄'....'러시아 리스크' 현실화

현대·기아차 '車 수출' 직격탄
부품업계, 물량 축소 불가피
배터리 소부장도 영향 촉각
러 익스포저 6000억원 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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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러시아 제재에 대한 한국 수출 영향최근 2년간 對 러시아 주요 수출품목 및 금액

'러시아 리스크'가 국내 산업계와 금융권을 덮쳤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금융 핵폭탄'을 투하하면서 대러 수출길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이 러시아 중앙은행과 재무부, 국부펀드 관련 거래를 전면 차단하는 추가 제재를 시행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중앙은행이 미국 내에 소유한 모든 자산은 동결된다.

미국은 이보다 앞서 동맹국과 함께 러시아 대형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또 한 번 혹독한 제재에 나서며 크렘린궁의 돈줄을 막았다. 현지에서는 러시아 내 인플레이션이 한층 심화하는 것은 물론 투자 규모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WSJ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동맹국은 SWIFT에서 제외할 러시아 은행 목록을 작성 중이다. 러시아를 세계 경제에서 고립시켜 우크라이나 침공을 포기하도록 압박한다. 한국을 포함한 대러시아 교역국은 이번 조치에 따라 대금결제 중단, 수출입 지연 등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블랙 리스트'에 오른 은행을 통한 송금이 중단되면서 현지 기업과의 거래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원유·곡물 가격이 오르면 국내 소비 시장의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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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러시아 공장 전경자료:전자신문 DB

◇러 수출 1위 '車', 직격탄…수출기업 '전전긍긍'

승용차는 한국의 대 러시아 수출품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25%)을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은 15.1%다. 러시아 대형은행이 SWIFT에서 배제돼 결제대금을 받지 못하면 그만큼 수출 전선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러시아를 동유럽 시장 공력 교두보로 삼고 있는 현대차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러시아에서 기아 20만5801대, 현대차 17만1811대를 판매했다. 현지 자동차 브랜드 라다에 이어 각각 2위, 3위에 올랐다. 올해는 전년 대비 5.8% 증가한 45만5000대 판매 계획을 세웠지만 이번 사태로 목표 달성이 쉽지 않게 됐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유럽이 러시아 은행들을 SWIFT에서 제외하면 현대차와 기아의 러시아 수출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면서 현대차 최대 손실을 2000억원, 기아 최대손실을 2500억원으로 각각 추산했다.

자동차 부품업계는 완성차 수출물량 축소를 우려하고 있다. 당장은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를 통해 러시아에 진출하는 만큼 수출 대금 결제 문제는 없지만 수출물량이 감소한다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배터리 소재·부품·장비 업계도 대러 제재에 따른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동차 전동화에 따른 배터리 소부장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이번 제재로 현지 시장 위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는 대러 수출량이 적고 직접 대금 결제를 받는 사례가 많지 않아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불확실성이 큰 만큼 잠재적 위험을 지속 파악할 계획이다.

러시아 현지에 생산거점을 구축한 한국 제과업체도 대비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오리온은 현지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 3개월분을 비축했다.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추가 확보에 나서는 한편 중국 법인을 활용한 우회 수입도 검토 중이다. 러시아 은행의 달러 결제가 중단되면 미국산 밀 등을 들여오는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롯데제과도 당장 영향은 없지만 언제든 상황이 급변할 수 있는 것을 고려, 원재료와 부자재 재고량을 늘리는 등 안정적 생산을 위한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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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금융권, 제재 대상 러 은행에 초점

한국을 비롯한 각국 금융권은 미국과 EU가 발표할 SWIFT 제외 러시아 은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재 대상이 특정돼야 구체적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위기 상황 발생 시 국외 영업점을 지원하기 위한 '컨틴전시 플랜'을 수립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지속 모니터링하고 있다. 러시아 은행의 SWIFT 제외 이외의 추가 조치에 촉각을 기울이는 한편 제재 은행이 구체화하면 고객 피해 최소화 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대응반을 신설했다. 이보다 앞서 미국이 지정한 특별제재 대상에 오른 러시아 은행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다. 현지 진출한 한국 기업과 핫라인을 유지하며 지원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국민은행과 기업은행도 각각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제재 대상 발표 시 즉각 사태 대응을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러시아 익스포저(거래 도중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금액)는 약 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하나은행 약 2960억원, 우리은행 2664억원, 신한은행이 357억원, 국민은행 56억원 등이다. 일본에서는 SWIFT 제재 대상 발표 후 러시아 법인을 둔 자국 은행을 이용하는 방안을 대응책으로 꼽고 있다. 미쓰비시 UFJ,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 등 3개 일본 대형은행이 러시아 법인을 구축했다. 한국에서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러시아 법인을 운영 중이다.

NHK는 이번 제재가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원유 공급이 중단되면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한층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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