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K-반도체 전략' 발표
R&D에 최대 50% 세액공제 혜택
첨단 벨트 조성해 공급망 안정화
삼성·SK, 투자 계획 알리며 화답
정부가 우리나라를 세계 최고 '종합 반도체 강국' 반열에 올리기 위한 십년대계를 마련했다. 민간은 오는 2030년까지 510조원을 웃도는 압도적 투자를 반도체 산업에 집중, 경쟁국과의 초격차를 확보한다. 정부는 최첨단 반도체 공급망인 'K-반도체 벨트' 구축을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국가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기업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은 정부 방침에 환영의 뜻과 함께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밝혔다.
정부는 1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관계부처 합동 'K-반도체 전략'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을 선제적 투자로 국내 산업 생태계를 더욱 탄탄하게 다지고 글로벌 공급망을 주도, 이 기회를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산업 각 분야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선도국가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업계의 2030년까지 누적 투자 계획은 약 510조원 이상이다. 정부는 세제 혜택과 기반 시설 지원 등으로 민간 투자를 뒷받침하며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선 조세특례제한법에 '핵심전략기술'(가칭)을 신설, 반도체 연구개발(R&D) 및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대폭 강화한다. 반도체 R&D에 최대 40∼50%, 시설투자에 최대 10∼20% 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R&D에 20∼30% 세액공제를 받고 있는 '신성장·원천기술'보다 10%포인트(P) 높은 공제율로 반도체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한다.
1조원 이상의 '반도체 등 설비투자 특별자금'도 신설한다. 8인치 파운드리 증설, 소부장 및 첨단 패키징 시설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기반이다. 향후 사업경쟁력 강화 지원자금 등 지원 규모를 최대한 확대하는 한편 다양한 금융 프로그램을 마련할 방침이다.
화학물질 취급시설 신속 인·허가를 위한 패스트트랙을 도입하는 등 반도체 제조시설 관련 규제 합리화에도 팔을 걷어붙인다. 온실가스, 전파응용설비 등에서의 규제도 완화할 계획이다.
또 산업 인프라 확대를 위해 용인·평택 등지에서 10년치 반도체 용수 물량 확보를 추진한다. 핵심전략기술 관련 반도체 제조시설 전력 인프라 구축 시 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최대 50% 이내에서 공동 분담을 지원할 방침이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략이 차질 없이 추진되면 반도체 수출은 올해 992억달러에서 2030년 2000억달러로, 고용인원은 총 27만명으로 각각 증가할 것”이라면서 “510조원 이상의 대규모 민간 투자에 화답, 정부도 전방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부 방침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화답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에 17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9년 4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발표한 투자 금액인 133조원보다 38조원이나 추가한 것이다. 특히 축구장 25개 크기의 초대형 신규 팹에 첨단 파운드리 공정 확보에 주력한다. 평택 3공장 건설에 본격 착수, 2022년 하반기에 완공할 계획이다. 5나노(㎚) 극자외선(EUV) 파운드리는 물론 EUV를 적용한 14㎚ D램도 양산할 예정이다.
김기남 부회장은 “한국이 선두를 지켜 온 메모리 분야에서도 추격이 거세다”면서 “수성에 힘쓰기보다 '초격차'를 벌리기 위해 삼성이 선제적 투자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도 메모리 및 시스템 반도체 설비 투자에 박차를 가한다. 회사는 경기 이천시와 충북 청주 공장에 2030년까지 11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2025년 용인에 SK하이닉스의 첫 신규 팹이 만들어진 후 10년 간 120조원을 추가 투자한다. 반도체 팹에 총 230조원을 투자하는 것이다.
행사에 참석한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회사의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크게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현재의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2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파운드리 경쟁력 확보를 위해 증설뿐만 아니라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