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교 차원서 '스타트업' 기획해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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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학내 창업 활성화를 위해 기획 창업과 전략 특허 지원 정책을 시행한다. 기술이전 가능성이 높은 전략 특허를 선정해 해외 출원 비용과 지식재산권 침해 대응도 책임지는 등 창업·산학협력 지원체계를 강화한다.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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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기. 사진: 이동근 기자

서울대가 학교 차원에서 스타트업을 직접 기획해서 학내 창업을 돕는 '기획 창업'을 도입한다. 서울대는 기술 이전 가능성이 있는 '전략 특허'를 선정, 해외 출원 비용과 지식재산권(IP) 침해 대응도 책임지는 등 창업·산학협력 지원 체계를 대폭 강화한다.

서울대는 올해부터 학내 창업 활성화를 위해 '기획 창업'과 '전략 특허' 지원 정책을 시행한다고 2일 밝혔다.

서울대가 도입한 기획 창업은 개별 교수가 아니라 학교가 나서서 스타트업 창업을 지원하는 개념이다. 서울대 산학협력단 내 변리사들이 교수가 보유한 기술과 특허를 검토, 우수 기술을 선별한다. 이후 교수와의 논의를 거쳐 기획 창업을 추진한다. 기술력이 있는 교수는 최고기술책임자(CTO) 역할을 맡는다. 학교가 투자 유치, 최고경영자(CEO) 영입 등 나머지 스타트업 구성을 책임진다.

서울대는 기획 창업 정책을 통해 교수 창업이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대학교수는 창업해도 강의와 연구를 병행하면서 투자, 기술, 세무 등 회사 설립·운영 전반을 책임져야 했다.

윤의준 서울대 산학협력단장은 “연구와 교육에 집중해 온 교수들이 직접 창업하려면 많은 용기와 도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면서 “학교가 투자자와 CEO 등 스타트업 설립 과정을 지원하면 교수 창업 문턱이 낮아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명했다.

서울대는 기술 이전으로 산·학 협력·교류를 확대하고 창업 기반을 다지기 위해 '전략 특허' 지원제도도 실시한다. 전략 특허는 해외에서도 높은 수요가 예상되는 특허를 발굴, 집중 관리하는 것이다. 종전에는 교수가 해외에 특허를 출원하고 싶어도 유지비용과 관리 문제 때문에 포기, 좋은 기술이 사장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대는 선정된 전략 특허의 해외 유지비용을 지원한다. 서울대는 이보다 앞서 주요 특허로 분류한 10여개 기술을 바탕으로 전략 특허를 발굴, 선정할 계획이다. 서울대 교수가 보유한 특허가 해외에서 권리를 침해 받을 경우 대학이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교수의 IP를 철저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서울대는 최근 교내 '지식재산전략부'를 '지식재산전략본부'로 승격시켰다. 글로벌 통신 기업 출신인 김종백 미국 변호사가 지식재산전략본부장으로 선임됐다.

윤 단장은 “특허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해외로도 이전될 수 있는 '똑똑한' 전략 특허 발굴이 중요하다”면서 “실제 사업화와 기술 이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특허를 집중 발굴해서 관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대의 움직임은 산업과의 접점을 늘려야 한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술 이전 실적은 대학의 연구 역량과 기술 실용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등록금 동결 등으로 재정 확보가 어려운 대학 입장에서는 기술 이전 수입료로 재원도 확보할 수 있다.

서울대는 그동안 기술 이전과 창업에 그리 크게 중점을 두지 않았다. 국내 1위라는 대학 평판에 비해 실적이 좋지 않았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기술이전 수입료 및 계약실적'에 따르면 2018년 서울대 기술 이전 수입료는 42억2688만원으로 국민대(57억8477만원), 성균관대(50억1551만원)에 이어 3위였다. 2018년 서울대 교원창업자수는 21명으로 전체 교원(2200여명) 가운데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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