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빠진 배달시장②]'배다른 민족' 선 긋지 않으면 독과점...공정위에 쏠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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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업체 딜리버리히어로(DH)와 우아한형제들 간 인수합병(M&A)이 발표된 후 세간의 관심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쏠리고 있다.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라는 2라운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심사 결과에 따라 지금 발표된 조건의 변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쟁점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배달통 간 선긋기로 압축된다. 서로 독립적으로 기업을 운영,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 독과점 현상을 일으키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우아한형제들은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지분 구조로는 DH 울타리 안에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배달통이 들어와 있지만 경영 체계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요기요는 DH가 직접 관리하지만 배달의민족은 우아DH아시아 지시를 받는다는 설명이다. 우아DH아시아는 DH와 우아한형제들이 50대 50 지분을 투자해 세운 합작사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인력 감축이나 요기요·배달통과 합병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지금처럼 경쟁하는 체제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이 같은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법조계는 공정위가 DH와 우아한형제들이 약속을 깨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요구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기업 선의만 믿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2010년 초 왓츠업과 인스타그램을 인수하면서 서비스 간 데이터를 결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를 어겨 논란이 됐다. 2009년 이베이가 지마켓을 인수한 것도 소비자 혜택 감소로 나타났다. 기업 결합 전 벌였던 가격 경쟁이 시들해졌다.

홍대식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배달의민족, 요기요·배달통이 독립적으로 경영된다는 객관적 사실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구체적 조치가 뒷받침 안 되면 공정위 승인이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사업자 본인보다는 거래 역학관계 속 상대방 의견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시장 획정 문제도 변수다. 범위를 배달 앱으로 한정할지 쿠팡을 포함한 오픈마켓 전부로 볼지에 따라 심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배달 앱 시장 점유율은 배달의민족이 55.7%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요기요(33.5%)와 배달통(10.8%) 순서다. 그러나 오픈마켓 사업자를 모두 참여자로 본다면 DH와 우아한형제들에 유리해진다. 배달시장 진입장벽이 낮다는 방증이기 때문에 독점 의혹을 비껴갈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기간은 30일이다. 추가로 90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자료 제출을 위한 기간은 날짜에 포함되지 않는다. 까다로운 사안일 경우 1년 넘게 걸리기도 한다. 우아한형제들은 심사 신청서를 아직 넣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정 조치는 사업 범위 등에 제한을 가하는 구조적 조치와 수수료 인상률을 억제할 수 있는 형태적 조치로 나뉜다.

공정위는 이번 M&A가 다른 사업자의 배달 앱 시장 진입을 막는지 중점 들여다본다.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혁신 기업 간 결합 사례라는 것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경직된 법 해석이 창업 생태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받고 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크앤로 부문장은 “혁신시장 선도적 사례에 대한 규제로 창업자들 꿈의 크기가 작아질 수 있다”며 “플랫폼과 혁신시장을 좁게 해석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글로벌에서 경쟁할 1000조원 규모 회사를 키워야 한다”며 “신생 분야 기업 등장을 시장 경쟁 저해 관점으로 접근하면 역효과만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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