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모바일 플랫폼 다음 전쟁터는 인공지능(AI)입니다. 그런데 AI기술을 웹이나 애플리케이션(앱)에 붙이면 구글·페이스북을 못 이깁니다. 스타트업이 기존 강자를 AI로 이길 분야는 오프라인밖에 안 남았습니다.”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는 KAIST 전자공학과 박사 출신이다. 2012년 인텔이 약 350억원에 인수한 스타트업 올라웍스 창업자로 주목받았다. 엑시트 이후 2013년 '스타트업 스튜디오'를 지향하는 투자기업 퓨처플레이를 설립했다. 어느 정도 성장궤도에 올라선 기업이 아니라 극초기 기술 중심 최초 리딩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진취적 투자사다.
그는 “금융 기반 투자사는 얼리스테이지는 겁나서 못 들어가고 시리즈B·C부터 우르르 들어가는 관행 있다”며 “남들 따라 투자할 거라면 퓨처플레이를 만들지 않았다. 그건 투자자로서 창피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퓨처플레이는 약 100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프롭테크 기업 카사, 자율주행 라이다 센서 개발사 에스오에스랩, AI딥러닝 원천기술 보유 뷰노 등이 대표적이다. 퓨처플레이에 따르면 전체 투자기업 평균 기업가치는 8배 상승했고, 후속투자 유치 평균 기업가치는 12.3배 증가했다. 포트폴리오 스타트업 총 기업가치는 올해 10월 기준 1조원을 넘겼다.
류 대표는 기술 트렌드가 약 12년 주기로 바뀐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기술 등장이 패러다임 전환을 이끈다. 첫 번째 빅웨이브는 인터넷이었다. 네이버·다음이 인터넷 플랫폼 파도를 잘 타고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다음으로는 스마트폰 플랫폼을 꼽았다. 모바일 앱을 잘 만든 업체들이 기회를 맞이했다.
그는 “사실 초창기 네이버, 다음 웹페이지는 그다지 훌륭한 수준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배달의민족, 카카오톡도 마찬가지다. 초기 시장 경쟁자 중 그나마 가장 뛰어났기 때문에 기회를 잡았던 것”이라면서 “이제 스마트폰 플랫폼이 주는 기회는 끝났다. 앱을 잘 만든다고 펀딩을 받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평가했다.
류 대표는 세 번째 빅웨이브는 'AI'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AI는 앱이나 웹처럼 프론트엔드 기술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실체나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기술과 접목돼 효과를 내야 한다. 웹이나 앱에 접목된 AI기술로는 매년 천문학적인 비용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구글·페이스북을 이길 수 없다. 이 때문에 AI와 오프라인을 통합한 기술이 다음 12년을 지배한다는 것이 류 대표 지론이다.
문제는 아직 AI 전문가가 많지 않은데,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잘 아는 AI 전문가는 더 드물다는 점이다. 류 대표는 “고전적인 투자자 스탠스로 이 조합을 갖춘 스타트업을 찾고 있으면 1년에 1~2개도 찾기 어렵다”며 “그래서 용기를 내서 직접 그런 회사를 만들어보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퓨처플레이는 공유미용실 '퓨처살롱' 사업을 직접 준비 중이다. 미용업에 AI를 접목하면 큰 시너지가 날 것으로 판단한다. AI 전문가 인력은 보유하고 있으므로 오프라인 미용업을 깊게 공부하고 미용 산업 전문가를 영입했다.
류 대표는 “미용실 등 공유경제 모델이 많이 등장했지만, 근본 관점에서 IT를 접목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오프라인 차원에서 약간의 개선만 이뤄졌다”며 “위워크 기업가치 폭락도 마찬가지, IT 혁신을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근본가치가 없는 부동산 재판매 사업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인지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퓨처플레이는 10년 뒤 오프라인 산업 미래를 예측한 뒤, 이 사업 모델을 선점한다는 구상을 전개하고 있다. 미용실뿐만 아니라 현재 준비 중인 제2호, 3호 비즈니스도 같은 사상으로 접근한다. 류 대표는 “투자나 컴퍼니빌딩을 통해 동네 상가에 있는 식당, 자동차, 미용실 등 업종 하나하나를 10년 뒤 기준으로 AI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목표를 추진하는 회사가 퓨처플레이”라고 전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