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를 계기로 우리나라 소재·부품·장비 글로벌 밸류체인 전략을 수정하고 핵심 품목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R&D 투자 효율성 제고를 위해선 '글로벌 가치사슬 연계 혁신'과 '과학기술·산업·중소기업 정책의 가치연계'를 패키지 추진하는 과학기술 혁신체제 재편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26일 서울 팔래스강남호텔에서 개최한 '3회 KISTI 과학기술정보포럼'에서 원동규 KISTI R&D투자분석센터장은 '백색국가 배제 이후 데이터분석으로 본 국가 과학기술 R&D 패러다임 변화' 주제발표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원 센터장은 “일본은 동아시아 글로벌 밸류체인 전체를 끊어버리려는 시도를 했다”면서 “일본 수출 규제로 무너진 이 체계를 어떻게 안전하게 연착륙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경제가 독자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슬로 얽혀있어 큰 영향을 받는다”면서 “가치사슬을 잘 해석하고 구조를 수정하는 전략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 센터장은 “이런 상황을 중장기적으로 예측하고, 기술 개발이 가능한 한국, 대만이 자본과 시장을 갖춘 중국과 더불어 새로운 가치사슬을 만들 경우 중장기적으로 이득”이라면서 “주력산업 가치사슬의 약한 고리에 위치한 핵심 품목에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핵심 품목 진단을 기반으로 유형·분야별 맞춤형 대응전략을 마련해 핵심품목 중심의 R&D 투자를 해야 한다”면서 “R&D 결과가 산업현장에서 활용돼 투자 가치가 높아지도록 R&D 프로세스 혁신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원 센터장은 “과학기술 R&D투자와 인력양성 정책 수립 단계에서 글로벌 가치사슬 분석을 포함하는 '글로벌 R&D 투자플랫폼(R&D PIE) 패키지'를 제안한다”면서 “기술혁신 R&D를 통한 제조 가치사슬 단계별 역량을 강화하고 부처 간 사업 연계를 통해 R&D 이외 영역을 포함한 전 영역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새 국가과학기술혁신체제 구축 필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이제는 R&D 효율성의 질적인 측면의 제고를 위해 총요소생산성 중심 새로운 국가 R&D 플랫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총요소생산성은 에너지, 기술, 지식, 연구개발, 국가제도, 사회 환경 등 제반 국가사회 역량이 투입된 생산성을 뜻한다.
원 센터장은 “R&D 투자의 효율성(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가치사슬과 산학연 가치정합성, 과학기술/산업/중소기업 정책을 연계한 패키지형 글로벌형 국가 과학기술혁신체제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희윤 KISTI 원장은 “국가과학기술 R&D 의사결정지원 시스템인 R&D PIE를 개발해 이를 국가연구개발 투자 배분에 활용해 왔다”면서 “기존 성과를 바탕으로 일본 무역규제에 대응해 R&D PIE를 활용한 데이터기반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