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없는 불법 학원車 폭주…'어린이 안전·공유 경제'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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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보호할 동승자 없이 불법 운행하는 학원 차량 때문에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교육 당국의 무관심에다 솜방망이 처벌까지 더해지면서 악순환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불법 운행 차량에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5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도로교통법 52조와 53조는 2017년 1월 29일부터 만 13세 이하 어린이가 탑승하는 통학버스에 운전자 외 성인 보호자 동승 의무를 부여했다. 법 시행 2년이 지났지만 규정을 지키는 통학버스가 10대 가운데 1대에 불과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유명무실한 솜방망이 처벌 규정이 원인이다. 보호자를 태우지 않은 채 운행하다 적발돼도 두 번까지는 제재를 받지 않는다. 세 번째부터 30만원 상당의 벌금이 부과된다. 보호자 한 달 인건비가 약 150만원임을 감안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벌금이 지나치게 낮다 보니 처벌을 감수하고 불법을 반복해서 저지르고 있다”면서 “학원 차량 가운데 90% 이상이 보호자를 태우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교육 당국은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보호자 동승 의무는 2015년 1월 3세 아이가 어린이집 통학 차량에 갇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제정됐다. 그러나 이후로 비슷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동승 보호자는 어린이 승·하차를 돕는다. 운행을 마친 후에는 아이들이 모두 하차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안전띠를 맸는지도 점검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안전공제중앙회 시스템에 통학버스 정보를 입력하도록 독려하고 있다”면서 “다만 실태 파악은 벌금을 부과하는 경찰에서 담당한다”고 해명했다.

동승자 인건비 부담 절감을 내세운 공유경제 플랫폼도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관련 스타트업은 학원·어린이집 통학버스를 공유경제 기반 시스템으로 설계, 운영 효율을 높인다. 학원 여러 곳이 차량과 보호자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비용 부담을 분산시킨다. 보호자 교육을 통한 어린이 안전 관리 역량도 강화한다. 현재 업체 서너 곳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리버스랩과 셔틀타요가 대표 기업이다.

리버스랩은 공유 학원버스 서비스 '옐로우버스'를 운영한다. 학원 차량 운행에 필요한 관리 업무 전반을 대신한다. 차량 대여료, 보호자 인건비를 비롯해 최대 35% 상당의 비용 절감 효과를 낸다. 보호자 교육 프로그램도 자체 개발했다.

셔틀타요는 실시간 노선 관리 시스템을 바탕으로 공유경제를 구현한다. 학원으로부터 보호자 인건비를 받지 않는 초강수를 띄웠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인건비를 애초 없던 비용으로 여기는 관행이 굳어졌기 때문이다.

통학버스 시장에선 공유경제 매력이 반감된다. 보호자 인건비를 아무리 낮춰도 벌금을 내는 편이 낫다는 인식을 되돌리기 어렵다. 관계 당국의 단속마저 뜸해서 이 같은 인식을 고착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에 학원 및 어린이집 차량 규모는 13만대에 이른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통학 차량과 보호자를 공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제재가 요구된다”면서 “보호자 동승 의무가 준수되도록 입법 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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