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4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한국이)첫째도 인공지능(AI),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에 집중해 인터넷 강국을 넘어 'AI강국'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 정책, 투자, 예산 등 AI 분야 전폭적 육성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청와대에서 손 회장을 접견했다. 당초 예정된 시간을 50분 넘겨 1시간 30분 가량 만났다.
손 회장은 한국계 일본인으로, 일본 최대 정보기술(IT) 투자 기업 소프트뱅크의 창업자다. 이번 만남은 문 대통령이 2012년 6월 일본 소프트뱅크 본사를 방문해 회담한 이후 두 번째다. 이날 회동은 최근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논란이 큰 가운데 이뤄져 관심을 모았다. 배석자에 따르면 이에 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손 회장은 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직접 발표자료(PT)를 준비해 4차 산업혁명 시대 변화상과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손 회장은 “한국이 초고속 인터넷, 모바일 인터넷 세계1위 국가로 성장하고 수많은 IT우수 기업이 배출되어 기쁘다”며 “한국이 1인당 GDP가 3.7배나 성장한 것은 초고속 인터넷에 대한 과감하고 시의적절한 투자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과거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 초고속 인터넷망 필요성을, 노무현 대통령에겐 온라인게임 산업육성을 각각 조언한 바 있다.
손 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AI는 인류역사상 최대 수준의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며 A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젊은 기업가들은 열정과 아이디어가 있지만 자금이 없기 때문에 유니콘이 탄생할 수 있도록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렇게 투자된 기업은 매출이 늘고, 일자리 창출을 가져오며 글로벌 기업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 회장은 우리나라가 AI 후발국인 만큼 한발 한발 따라잡는 전략보다는 한 번에 따라잡는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혁신 성장과 4차 산업혁명 대응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우리 정부가 AI 핵심 기술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주요 대학에 AI 대학원을 신설하는 등 AI 인재 확보에 힘을 쏟고 있음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시장의 규모는 한계가 있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며 “소프트뱅크가 가지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해 세계 시장으로 진출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한국이 AI 분야에서 늦게 출발했을 수 있지만 강점도 많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이뤘고, 이미 만들어진 개념을 사업화시키는 데에는 단연 앞서 간다”며 한국 AI 분야에 투자를 다시 한 번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손 회장에게 △젊은 창업가에 대한 투자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세계 진출 지원 △AI 전문인력 양성 분야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의 세 가지 제안에 손 회장은 “그러겠다(I will)”라고 답했다.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SVF)는 100조원 규모의 투자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차량공유 기업 우버의 최대 투자자이고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공유 기업인 그랩, 영국 반도체 기업 ARM 등 혁신 기업에 '통 큰 투자'를 했다. 최근에는 AI 관련 벤처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손 회장이 주창한 동북아시아 국가가 국경을 넘어 전력망을 공유하는 '아시아슈퍼그리드' 구상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감사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동북아철도 공동체가 동북아에너지공동체로, 그리고 동북아경제공동체로, 다자안보공동체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