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여객기 참사로 부모를 잃은 대학생 유족이 사고 보상금이 발표된 이후 도를 넘은 악플에 분통을 터뜨렸다.
11일 대학생 박근우(23)씨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저는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사랑하는 어머니 아버지를 잃었다”고 소개하며 “전국 각지에서 보실 동료 시민 여러분께 한 말씀만 드리고 싶어 무수한 고민 끝에 글을 썼으니 조금만 집중해서 읽어 주기 바란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 12월 29일 우리 유가족 대부분은 그날 돌아온다는 가족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비행기가 연착이나 하겠거니 해서 별 생각 없이 기다리며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엄마가 보낸 '새가 날개에 끼어 착륙을 못한다고 유언해야 하나'란 카톡에도 설마 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이어 날아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자마자 고아천동에서 무안까지 30분 만에 달려왔다”며 “무안광주고속도로에 그렇게 미친듯이 밟는 차들이 저 말고도 몇 대 더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밟아서 왔어도 이미 사태는 손쓸 수 없는 지경”이었다고 당시를 전했다.
박 씨는 “30일엔 엄마를, 31일엔 아빠를 다시 볼 수 있었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 아빠를 찾고 나니 그제서야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추운 날씨에도 시신 수습과 유족 위로에 최선을 다해 준 소방관, 공무원, 자원봉사자, 유가족협의회 등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염치 불구하지만 빚 하나를 더 져야 할 거 같다. 사고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여러 주체들 간의 책임 떠넘기기와 정치권의 숟가락 얹기와 네 탓 공방으로 이 문제는 늘어지고 또 늘어질 것이며 유가족들은 고통받고 또 고통받을 것. 억울한 죽음이 되지 않도록 끝까지 버티겠다. 동료 시민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그는 또한 긴급생계비 300만원이 모금을 통해 들어왔다는 언론보도 이후로 악성 댓글이 다수 달렸다며 “우리는 나랏돈을 축내는 벌레가 아니다. 설령 사고 보상금이 들어온다 한들 그게 우리 가족들 목숨값인데, 펑펑 쓰고싶은 마음이나 들겠나. 그런 댓글 하나하나도 저희에게는 너무나도 큰 상처가 된다. 돈 벌자고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고아가 되어버렸는데 아직 제대로 슬퍼해본 적이 없다. 잊혀져서 모든 게 유야무야 흩어지고 흐지부지되어서 내가 잃은 소중한 사람들의 죽음이 억울한 죽음이 될까, 그게 싫고 두려워서 이 엄동설한에 생업을 제쳐두고 무안에 우리 유가족들이 나와 있는 것”이라고 참사에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