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기업 현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는 분야는 '챗봇'과 '로보틱 처리 자동화'(RPA)이다. 일상 업무의 자동화는 어제오늘의 꿈은 아니다. 반복되고 정확한 규칙에 기반을 둔 업무는 프로그래밍을 통해 일찍부터 자동화됐다. 워크플로 또는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라는 이름으로 추진됐다. 이러한 해결책은 대부분 업무 절차 자동화에 국한됐다.
그러나 이제는 프로세스 자동화로 축적된 데이터와 기계학습, AI 기술을 통해 인지 능력을 갖춘 프로세스 자동화가 가능해지고 있다. 일부 기업은 사진으로부터 표현된 감정을 읽고 목소리에 숨어 있는 감정을 읽어 내는 AI 서비스를 앞 다퉈 공개하고 있다. 이러한 능력을 접목, 보험 사기 여부는 물론 문서 내용을 읽어 내는 인지 기능이 급속하게 확대된 것을 RPA라고 한다.
유니콘 기업 가운데 RPA 분야로 유아이패스와 템퍼스라는 기업이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유아이패스가 세계 시장의 80%를 차지한다. 회사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다니엘 디네스와 마리우스 트르커가 2005년에 세운 소프트웨어(SW) 회사다.
유아이패스는 2015년까지 사업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2015년 7월만 해도 10여명의 종업원에다 매출 120만달러의 영세 회사였다. 이후 2016년 100명으로 늘었고, 매출도 500만달러로 증가했다. 2017년에 직원 500여명과 매출 5000만달러로 10배 성장했고, 2018년에 다시 2억달러로 4배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현재 전 세계에 2500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고속 성장에는 벤처캐피털의 연이은 투자가 뒷받침됐다. 2015년 8월 초기 투자 160만달러를 시작으로 2017년 3000만달러, 2018년 4월과 9월 두 번에 걸쳐 각각 1억5300만달러 및 2억2300만달러의 펀딩을 받았다. 2019년 4월에는 시리즈D 펀딩으로 무려 5억6800만달러의 투자를 받아 총 투자액이 10억달러를 육박했다. 현재 기업 가치는 70억달러(약 8조4000억원)에 이른다.
루마니아는 발칸반도 국가로, 옛 소련의 침공으로 공산국이 됐다가 1989년 혁명을 거쳐 민주주의 서방 국가로 복귀한 나라다. 유이이패스는 루마니아가 배출한 최초의 유니콘 기업이다. 설립자 디네스는 공산 국가 루마니아에서 자랐고, 스스로 먹고 살기 위해 온갖 일을 가리지 않고 할 수밖에 없었다. 디네스는 대학에서 전산학·수학을 전공하기 위해 입학했지만 학교는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지 않았다. 방황하고 있던 그는 친구가 프로그래머로 월 300달러를 받는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
당시 그는 월 30달러로 생활하고 있었다. 곧바로 프로그래밍 책을 빌려서 자력으로 공부했다. 컴퓨터가 없어 프로그래밍을 책으로만 공부했지만 작은 회사에 프로그래머로 취업했고, 컴퓨터가 두 대밖에 없는 영세 업체에선 디네스에게 낮에는 컴퓨터에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 디네스는 오후 8시부터 이튿날 새벽 6시까지 컴퓨터와 함께 행복한 밤을 새웠다. 그런 경험과 노력이 그를 마이크로소프트(MS)에 취업하는 기회를 줬고, 미국 시애틀 본사로 이주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디네스는 대기업 직원이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과감하게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위해 가난한 루마니아로 돌아갔다.
그리고 유아이패스를 성공시켜 다시 회사 본사를 주요 고객이 가까이 있고 투자자가 몰려 있는 미국으로 이주했다. 디네스는 최고 인재를 국적 불문하고 뽑는다. 특히 조직 문화를 해치지 않는 좋은 품성의 인재를 선별해 근무하기 최고 좋은 문화의 직장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웅변한다.
유아이패스는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침체일로에 있던 BPM 사업을 부활시킨 사례다. 한때 우리나라 기업들도 BPM 영역에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유아이패스의 성공은 우리에게 더욱더 부럽고 아쉬운 사례가 된다.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