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어른들 싸움에 갈 곳 잃은 꿈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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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관 바른미래당 상근부대변인

3월은 싱그런 봄 향기와 더불어 새롭게 출발하고, 아이들에게는 새 학기를 맞는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으로 다가오는 때다. 더욱이 유치원은 이제 사회라는 첫발을 내디디는 곳이기 때문에 더욱더 중요한 교육 현장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교육계 현실은 어떠한가. 대화 없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와 교육 당국의 책임론 싸움에 아이들 미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다행히 한유총이 개학 연기 투쟁을 철회했다고는 하지만 당장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학부모들의 간절한 마음은 누가 알아주겠는가. 개원 연기 번복과 사과 한마디조차 하지 않는 당당함(?)에 학부모들의 분노와 허탈감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과 학부모를 볼모로 삼고 싸우는 한유총의 모습이나 여론을 핑계로 밀어붙이기로 나서는 교육 당국이나 도긴개긴이다. 보육 대란 사태 조장으로 갈 곳을 잃게 했음에도 유치원 아이들 앞에서 어른들의 부끄러운 행태는 그칠 줄 모른다.

요즘 학교 풍토도 예전과 다르다. 학부모와 학생의 일부 이기주의 성향으로 교육 현장이라기보다는 사건 해결을 위해 전전긍긍하는 교사와 조금도 양보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학부모 간 논쟁 및 다툼으로 교육은 뒷전이 됐다.

깨닫는 기쁨과 가르치는 즐거움으로 행복한 전당이 돼야 하는 교육 현장이 본연의 목적이나 취지는 잃은 채 갈피를 못 잡고 있음에 안타까울 따름이다.

교육 강국으로 불리는 핀란드를 보라. 핀란드 교육의 주역은 행정부에서 독립된 '국가교육위원회'다. 정치로부터 독립돼 정당의 정치 입김에 따른 결정으로부터 배제된, 다양한 분야의 교육 전문가들이 중심이 되어 있다는 점이 교육 현장의 개혁 시발점이다. 여기에 끊임없이 현장 소리를 들으며 교사들은 개혁 대상자가 아니라 현장 지휘자이자 동반자이며 전문가로서 아이들과 함께 개혁 과정의 주체가 된다. 교육도 신뢰 사회라는 철학이 나라 전체에 굳건하기 때문에 교육 선진국 도약의 장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가. 정치인들의 다툼과 논쟁 속에 배가 산으로 가듯 우리나라 교육계의 현실도 교육 정책 초석조차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4차 산업혁명에 부응해 글로벌 인재를 양성할 유치원 교육 현장을 만들겠다는 설립 취지는 온데간데없다.

유아의 첫 기억이 즐거운 유치원 생활이기를 바란다는 한유총은 아이들에게 혼란과 상처의 기억을 남겼다. 한유총과 교육 당국이 아이를 볼모로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그 피해와 실망감은 고스란히 학부모와 아이, 가족 몫으로 돌아간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희망과 꿈을 앗아가는 이권 싸움에 혈안이 되어 있는 어른 모습에서 무엇을 배우고 성장할 지 교육 현실이 암울하다.

자기 밥그릇을 지키려는 싸움에 국민들의 허탈함과 상실감만이 더할 뿐이다.

개원을 미루겠다던 유치원이 입장을 바꾸고, 연이은 교육 당국의 강경 대응으로 사면초가에 처한 한유총이 결국 무릎을 꿇었다. 아이들을 볼모로 한 교육 당국의 승리인가.

밀어붙이기가 통한 이 사태에 소통의 장은 애초에 기대할 수 없었으며,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싸움에서 교육 당국이 여론의 역풍을 등에 업고 나섰다.

이 씁쓸한 사태에 아이들과 학부모는 또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일가. 밀어붙이기만이 개혁은 아닐 것이다. 이번 한유총과 교육 당국의 힘겨루기 사태가 더 이상의 상처와 실망을 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육 당국은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지를 직시하고 대처해 나가야 한다. 한유총은 진정한 교육자로서 아이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유총과 교육 당국 간 마찰의 불씨를 하루빨리 사위고 아이들이 안정된 교육 현장에서 희망을 배워 나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노영관 바른미래당 상근부대변인 nyk32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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