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티핑포인트'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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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욱 김해의생명산업진흥원장.

2025년 을사년 새해가 밝았다. 희망에 부풀어야 할 새해임에도 여느 때와 달리 암울한 심정으로 새해를 시작함은 비단 필자만이 아닐 듯싶다. 작금의 대한민국 경제는 예기치 못한 나라 안팎 걱정거리로 바람 앞 등불처럼 긴박한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6838억달러의 수출을 달성해 세계 6위 수출 강국이 됐다. 다만 전체 수출의 38%를 차지하는 중국(1330억달러)과 미국(1278억달러) 의존도가 높아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미·중 패권경쟁에 의한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는 더 강력한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정책을 내세워 중국과 유례없는 관세 전쟁을 추진할 태세다. 이에 맞서기 위해 중국과 유럽연합(EU)도 관세를 통해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임은 자명하다.

미국은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핵심 전략산업에서 자국 내 제조업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현금 지원과 세제 혜택을 통해 TSMC, 삼성,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기업을 미국 현지로 끌어들이고 있다. 국내 기업이 미국 공장을 세우는 것은 자구책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국내 경제와 고용시장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간과할 수는 없다.

'잃어버린 30년'을 회복하고 과거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일본의 몸부림은 무서울 정도다. 일본은 현시점을 반도체 강국으로 재기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로 판단하고 '라피더스' 동맹체계를 구축, 핵심 반도체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또 미국처럼 TSMC를 유치해 반도체 파운드리를 신속하게 구축하고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만은 더할 나위 없다. 대만 국민이 '호국신산'으로 여기는 TSMC는 부동의 글로벌 1위 반도체 파운드리다. 인공지능(AI) 반도체로 세계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미국 엔비디아, AMD가 설계한 반도체를 전량 위탁생산한다. 그 이면엔 대만 국력을 신장시키기 위한 치밀한 전략이 버팀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글로벌 파운드리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에서 TSMC를 능가해야 한다.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 경제는 태산 같은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1980년대 세계를 주름잡았던 일본 반도체 산업은 반덤핑 제소와 환율 인상 등 미국 제재로 꺾였다. 기우이길 바라지만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이 일본이 직면했던 것과 매우 닮았다는 점이다.

남극 빙하가 사라지면 원상복구 어렵듯 작금의 우리 상황은 이전 위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한 발짝 잘못 내디디면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져 경제 회복탄력성을 상실할 수 있는 위태로운 임계점(티핑포인트)에 놓여 있다.

이런 극한상황에 내몰리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다. 최고가 되기 위한 혁신 실패와 무차별 규제로 인해 혁신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된 점, 경직된 노동시장과 강제된 노동 근무제, 체계적인 인력양성 시스템 부재, 경제는 아랑곳없이 극단으로 치닫는 국내 정치 양극화와 기득권층 포용적 리더십 부재 등이 주 원인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격언처럼 지금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다. 최근 상영한 영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가 조선 백성에 대해 말한 것처럼 위기에 빛을 발한 우리 민족 DNA와 응집된 한국인 저력을 다시 보여줄 때다. 과거 울산 불모지 바닷가에서 세계 최대의 조선산업을 이룩한 아산 정주영 회장의 “임자 해봤어?”라는 과감한 도전정신이 절실히 요청되는 긴박한 때다.

김종욱 김해의생명산업진흥원장 jukim@gbi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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