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후반, 한국에는 미국과 유럽의 다양한 운동화가 수입되기 시작했습니다. 고무신의 시대가 저물면서 고무신을 생산하던 기업들은 세계적인 신발 업체들의 OEM기업으로 변모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탄생한 브랜드가 있습니다. 미국 운동화 브랜드 스펙스를 인수한 후 '프로'를 붙여 리브랜딩에 성공한 프로스펙스의 이야기입니다.
저마다의 브랜드를 상징하는 고유의 로고가 있습니다. 프로스펙스를 떠올리면 커다란 F자 로고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데요. 1980년대 미국 스펙스의 창업자가 방한했을 당시 김포공항에서 대한항공의 로고를 보게 됩니다. 대한항공의 로고를 보고 마음에 들어 했고, 이 의견을 반영해 날아오르는 학을 떠오르게 하는 로고를 고민한 것이 현재의 프로스펙스 로고로 이어지게 됩니다. 1981년 론칭 후 한 번도 생산을 멈추지 않고, 국산 스포츠 브랜드로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온 프로스펙스는 이제 많은 이들에게 추억과 신뢰를 동시에 전하는 K-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1986년 서울 아시안 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 공식 후원기업으로 선정되면서 프로스펙스는 1980년대에 이르러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말 그대로 '국민 운동화'로 입소문을 타면서 외국 브랜드와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는 토종 브랜드의 힘을 보여주게 되는데요. 1981년 당시 국제상사(현LS네트웍스)는 우후죽순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는 외국 브랜드와 맞설 국내 스포츠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정하고 본격적인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게 됩니다. 이후 같은 해 11월 롯데쇼핑센터에 프로스펙스 1호 매장을 열며 소비자와 첫 만남을 가지게 됩니다.
'우수한 국산품, 프로스펙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당시 수입 상품을 선호하던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프로스펙스와 청바지의 조합은 젊은 층의 상징처럼 떠올랐고, 1983년에 이르러서 국내 신발업계 최초로 Q마크도 획득하게 됩니다. 이후 다양한 종목의 국가대표팀을 후원하면서 스포츠 전문 브래드의 이미지를 더욱 확고히 구축하였고, 현재 R&D센터의 전신인 스포츠제품 과학연구센터까지 설립하게 됩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당시 최고의 스타성을 겸비한 가수 서태지를 모델로 발탁해 화려한 전속 모델 라인의 문을 열었습니다. 이후 김연아와 이동국 등 스포츠 스타들과 함께 하며 전 세대가 공감하는 대한민국 대표 스포츠 브랜드로 새로운 도약에 성공하게 됩니다.
최근 뉴트로 열풍이 불면서 복고 브랜드의 역주행이 심상치 않은데요. 이전에 최고의 명성을 누리던 브랜드가 새로운 감성으로 제품을 선보이며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필름업계의 절대강자인 코닥은 패션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차별화된 스타일로 사랑을 받고 있고 있습니다. 또한 1990년대 큰 인기를 얻었던 휠라도 대대적인 브랜드 개편을 통해 90년대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새로움으로 부활에 성공했습니다.
프로스펙스 또한 외환위기 후 어려움을 겪었지만, 'F'모양 로고를 넣은 오리지널 라인을 출시하며 1980년대 감성을 담은 디자인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운동화 시장에 불어온 복고 열풍은 한국은 물론 세계적인 추세인데요. 오랜 경기 불황으로 인해 줄어든 소비 심리도 가성비 운동화를 찾는 가치 소비로 이어지고 있는 것도 프로스펙스의 역주행과 맞물리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레트로 감성 속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젊은 층의 니즈에 발맞춰 한국 농구의 전성기였던 1990년대 감성을 담은 농구화도 선보였습니다. 프로스펙스의 역사 중 1990년대 한국 농구의 인기는 기업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농구화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성공했지만, 아쉬운 지점도 있었는데요. 바로 당시 제품의 최대 사이즈를 275mm로 설정하면서 더 큰 사이즈가 필요한 소비자를 놓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물론 현재는 한국인의 발 사이즈에 맞춰 더 큰 사이즈도 출시되고 있습니다.
이어 흥미로운 콘셉트의 팝업스토어를 오픈하며 MZ세대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는데요. 레트로 체육사 콘셉트의 '오리지널 스포츠'라는 이름의 팝업스토어를 서울 성수동과 대구 동성로 등에 오픈해 프로스펙스의 브랜드 헤리티지를 담아냈습니다. 더불어 현대적인 감각을 불어넣어 재해석한 빈지티 제품들도 다양하게 출시되어 과거 체육사를 떠올리게 하는 공간과 어우러져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습니다.
스포츠 활동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제품적인 면과 정서적인 면을 모두 담아 전 영역에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자 노력하고 있는 2025년의 프로스펙스. 프로스펙스 40년의 역사와 앞으로의 방향성을 담아 펴낸 브랜드북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프로스펙스가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았던 이유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스포츠 브랜드라는 정체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몇십 년 동안 한국 대표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유지해 온 전통이 끊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는 문구는 아마도 프로스펙스를 추억하는 이들의 마음과 같을 것입니다.
중장년층의 청소년기를 함께 뛰어온 추억의 브랜드 프로스펙스. 이토록 오랜 시간 K-브랜드의 입지를 다지며 현재의 10~20대 소비자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게 된 것은 다양한 소비 시장의 변화와 오리지널의 정통성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인 결과가 아닐까요?
김종면 위고페어(위조상품 토탈플랫폼) 대표이사 · 변리사 jmk@wegofair.com
[ 필자 소개 ] IP 및 브랜드 보호 전문가로, 한국IBM 시스템엔지니어와 독일 IP분야 로펌인 Stolmar&Partner 한국변리사로 근무했다. 국내외 IP 전문 변리사 경험을 바탕으로 AI기반 위조상품 모니터링 및 차단 플랫폼 'Wegofair'를 개발, 위조상품 유통 방지에 힘쓰고 있다. 현재 플랫폼 운영사인 (주)위고페어 대표이사와 특허법인 아이엠의 파트너변리사를 겸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