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핀테크스토리]온체인 월스트리트의 개막, 증권시장의 대전환

자본주의 심장이라 불리는 증권시장에 일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글로벌 양대 거래소라 할 수 있는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이 증권 토큰화와 24시간 거래 시스템 도입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제까지와 완전히 다른 新 엔진(블록체인)과 연료(토큰)로 구조를 재설계하겠다는 것인데, 시장에선 수백 년간 유지해 온 증권거래와 정산 패러다임을 통째로 바꾸는 '증권 토큰화 혁명'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주식을 블록체인 위에서 토큰 형태로 발행·관리하겠다는 것. 현재 주식은 전자 등록 방식으로 관리되지만, 여전히 중앙기관들의 여러 단계를 거치는 장부 체계다. 이를 분산원장 기반으로 바꾸면 소유권 이전과 기록 관리가 실시간으로 동시에 처리된다.

둘째,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매매와 동시에 결제가 이뤄지는 T+0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의 주식 시장은 정산 주기가 T+1로 단축됐지만, 여전히 최소 하루 지나야 결제가 끝나는 구조다. 그만큼 기간 중 증거금과 유동성 비용이 발생한단 얘기다. 따라서 실시간 정산이 가능해지면 증거금과 결제 불이행 위험을 그만큼 줄일 수 있다. 셋째, 24시간 거래 도입이다. 디지털 자산시장은 이미 24시간 돌아가고 있고, 글로벌 투자자들도 갈수록 시간 제약 없는 거래에 익숙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 증권시장도 더 이상 시대 흐름에 뒤처지지 않겠단 얘기다.

왜 시스템 재설계를 선택했나. 가장 큰 이유는 비용과 효율성 때문이다. 현재 청산·결제 체계는 거래소, 청산기관, 수탁기관 등 단계가 여러 개여서, 인력·시스템 운영비용만 글로벌 기준 연간 400억~600억 달러(50~80조 원) 규모다. 이를 블록체인으로 자동화하면 중간 단계를 축소·단순화할 수 있어 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도 요인 중 하나다. 토큰화로 24시간 주식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로빈후드는 이용자를 2000만명 이상으로 늘리고 있고, 세계 최대 운용사인 블랙록도 토큰화 펀드인 비들(BUIDL)을 출시 1년여 만에 10억 달러(1.3조원) 규모로 급성장시켰다. 투자자들이 더 빠르고 편리한 시장으로 이동한다면 전통 거래소의 영향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토큰화 시장의 성장 매력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특히 실물자산(RWA) 토큰화 시장은 2025년 말 기준 400억~600억 달러(약 55조~80조원) 규모고, 2030년엔 3~5조 달러(4000~6500조원)로 연간 60~80%의 급성장세일 거란 전망이다. 따라서 만약 거래소가 블록체인으로 갈아타면 하나의 시스템에서 주식·채권은 물론, 부동산, 사모 자산, 탄소 배출권까지 아우를 수 있단 얘기다.

증권시장엔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첫째, 자본 회전 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 주식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3000억~4000억 달러 수준이다. 이 자금이 최소 하루 동안 청산 대기 상태라고 할 때, 이를 연간(250거래일)으로 환산하면 연간 75조~100조 달러(10~13경 5000조원)의 어마어마한 자금이 묶여 있는 셈이다. 만약 정산이 실시간으로 이뤄진다면, 막대한 자금이 즉시 재투자될 수 있다. 헤지펀드나 기관투자가로서는 같은 돈으로 훨씬 많은 거래를 할 수 있고, 기업도 자금 조달과 현금 활용을 앞당길 수 있다. 이는 시장 전체의 자금 회전율과 유동성 밀도를 끌어올리는 구조적 변화다.

둘째는 증권 인프라 산업의 재편이다. 글로벌 청산·수탁 산업은 연간 400억~600억 달러(약 55조~80조 원)의 대규모 시장이지만, 블록체인이 도입되면 중간 단계가 자동화되고, 효율성 제고로 단계별 수수료도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기존 기관에는 수익 구조 압박이지만, 블록체인 등 기술 기업에는 새로운 기회인 셈이다. 셋째, 투자 저변 확대다. 토큰화가 본격화되면 50억원짜리 상업용 부동산을 5만원 단위로 쪼개 거래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글로벌 실물자산(RWA) 시장에선 미 국채, 부동산 지분, 사모 대출 채권 등이 소액 단위로 거래되고 있다. 이는 기관 전유물이던 대체 자산을 개인도 투자할 수 있게 해주는 요소다. 향후 증권시장의 성격은 상장 주식 중심에서 다층적 자산 플랫폼 시장으로 구조적 전환을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떤가.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2024년부터 토큰 증권(STO) 협의체를 구성, 부동산·미술품·선박 금융·탄소 배출권 등 실물자산(RWA) 토큰화 사업을 준비 중이다.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2027년 법 시행에 앞서,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자격을 둘러싼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거래소도 미국 거래소의 24시간 체제 추진 등을 고려, 이르면 2027년 말 24시간 거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튼 전문가들은 올해를 '오프라인 월스트리트'에서 '온체인 월스트리트'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우리 증권시장이 이러한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거래소와 증권사, 기술 기업, 정책당국 간의 긴밀한 협력과 신속한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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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정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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