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혁신의기술] 〈21〉혁신의 기술 시대를 여는 서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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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교수·정보융합기술·창업대학원장

우리는 흔히 혁신(innovation)이라는 말을 들으면, 무언가 새롭고 첨단인 기술만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혁신은 그보다 훨씬 넓은 개념일 수 있다. 혁신은 종종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바꾸고 사회 전체의 구조를 뒤흔들 정도로 큰 변화를 일컫는다. 즉, 어떤 기술이 어떻게 개발되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기술이 우리의 일상과 사회 구조를 어떻게 재편하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며, 또 어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느냐가 혁신의 진짜 핵심이라는 뜻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초기에는 '손안의 작은 컴퓨터' 정도로만 여겨졌을지도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우리의 커뮤니케이션과 소비트렌드, 나아가 문화·예술 창작의 방식까지 바꿔놓았다. 중요한 건 결국 기술 자체가 아니라, 사람과 기술이 만나 빚어내는 '변화와 결과물'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혁신의 기술'이라는 것은, 눈앞의 신기술 그 자체를 넘어 사회와 인간의 삶을 어떻게 재구성하느냐에 초점을 맞춘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기술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근본적 변화를 강조한다면,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혁신의 기술'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두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이 기술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그리고 얼마나 깊게 사회의 구석구석에 침투하고 있는가?”, 또 다른 하나는 “이로 인해 새롭게 열리는 기회는 무엇이며,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은 무엇인가?”이다. 이러한 질문은 궁극적으로 혁신의 속도와 그 파급력을 동시에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이에 매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좋은 참고 자료가 된다. 지난 8일부터 시작된 CES 2025에서는 수많은 기업과 스타트업, 전문가들이 모여, 'Dive In'이라는 슬로건 아래 “기술을 우리의 삶과 환경에 어떻게 깊이 융합할 것인가?”라는 공통된 문제의식을 제시했다.

특히 이번 CES에서는 인공지능(AI), 지속 가능성, 모빌리티, 디지털 헬스케어, 양자컴퓨팅이 주목받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이미 산업 전반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는 AI, 자율주행차, 친환경 에너지와 같은 익숙한 테마들이 등장하는 한편, 여전히 연구·개발 단계에 있는 첨단 분야와 의외의 응용 사례들도 다수 소개되고 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기술이 단일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서로 융합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혁신 기술의 본질적인 특성을 반영하며, AI가 전기자동차 시스템에 통합되거나 헬스케어와 양자컴퓨팅이 결합되는 등의 형태로 다양한 분야가 상호 연결되고 있는 양상이 점점 더 두드러지고 있다.

이처럼 사회 구석구석으로 파고든 기술과, 그로 인해 열리는 무한한 가능성은 일차적으로 “과연 어느 정도로 진화된 디지털 기술이 우리 일상과 조직에 녹아들었는가?”라는 질문과 연결된다. 즉 '기술의 침투도'다. 최근 CES 2025가 보여준 혁신 사례들을 살펴보면, AI가 이미 '홈 OS' 개념으로 확장되면서 반려 로봇이나 개인 도우미가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필요한 서비스까지 예약해주는 수준에 이르렀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혼다가 전기차 프로토타입을 발표하는 등 완성차 업계 전반이 전동화와 자율주행 로드맵을 가속화하며, 자동차를 '바퀴 달린 디지털 플랫폼'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헬스케어 부문 역시 눈부시게 진화 중이다. 예컨대 위닝스(Withings)의 AI 스마트 미러는 거울 앞에서 전신 스캔을 하고 개인 맞춤형 건강 코칭까지 제공함으로써, '집에서도 전문적 케어를 받는 시대'가 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양자컴퓨팅까지 부상하면서, 초고난도 연산·최적화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결국 이렇게 사회 각 영역으로 깊이 파고든 디지털 기술들을 보면, 혁신은 이미 진행형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AI가 대체하거나 보완할 업무가 늘어나고 거대 데이터 분석과 자동화가 산업 구조를 재편하며 미래 교통수단이 도시 인프라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오는 것은 '가능성' 정도가 아니라 이제 '현실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교수·정보융합기술·창업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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