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다. 곧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2기 정부는 어젠다47을 통해 이미 반(反) ESG 정책 도입을 예고한 바 있다. 실제 트럼프 정부는 화석연료기업인 리버티 에너지의 최고경영자(CEO) 크리스 라이트를 에너지부 장관으로 지명하는 등 반 ESG 인사들을 주요 보직에 앉히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상장기업들로 하여금 내년부터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포함한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지침을 확정하였으나 소송 제기 등을 이유로 보류해둔 상태인데,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라 시행 여부, 시기 전부 불확실하다. 미국 금융계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최근 들어 BOA, 골드만삭스, JP모간 체이스, 씨티그룹 등 미국 주요 은행들이 모두 '넷제로은행협의체(NZBA)'를 탈퇴했고, 심지어 ESG경영 어젠다를 이끌어온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넷제로 자산운용사 이니셔티브(NZAMI)'를 탈퇴했다.
EU도 미국의 변화에 반응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12월 발행한 '폰데어라이엔 집권 2기 EU 통상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연임에 성공한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산업 경쟁력 확보, 경제안보 강화를 통상정책의 주요 기조로 삼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유럽의 경제 위축·경쟁 심화,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서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최근 독일 숄츠 총리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에게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 시행 시점을 2년 연기하고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기준 조정을 제안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는 등 EU 내에서도 속도조절론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당초 ESG가 목표로 하였던 것이 무엇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ESG의 목표는 지속가능성이다. 그리고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각국의 변화 노력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 10여년간 재생에너지 신규 설치에 꾸준히 투자해온 결과, 이미 2년 전 발전설비 규모 기준으로 재생에너지가 화력발전을 추월했다. 나아가 중국은 에너지 대전환을 목표로 한 기본법에 해당하는 중화인민공화국 에너지법을 올해 1월 1일 시행했다. 탄소중립을 국가적 과제로 천명하면서 재생에너지 우선 개발을 과제로 제시한 법안이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중국은 2030년 탄소배출 정점을 찍고 2060년 탄소중립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도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꾸준히 에너지 전환 노력을 해오고 있으며,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최대 발전원으로 육성하는 에너지 전환 계획 수립을 검토하고 있다.
또 ESG 정보 수집 및 관리 시스템에 대한 각국의 준비와 협력도 가속화되고 있다. 독일 정부의 산업데이터플랫폼 카테나X와 일본 정부의 데이터플랫폼 우라노스에코시스템은 이미 자동차, 배터리 부문부터 정보공유·상호인증을 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는 독자적인 산업데이터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당장 ESG경영은 일견 멈춰졌거나 후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외려 ESG의 생태계는 속도감 있게 형성,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고 생존해야 하는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는 ESG경영을 결코 놓아서는 안된다. ESG 허싱(Hushing·침묵)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처럼, 조용히 또 치밀하게 ESG경영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오지헌 법무법인 원 ESG센터 공동센터장(변호사) jhoh@onelaw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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