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42> '세계 7대 DB전문기업' 손삼수 웨어밸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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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삼수 대표는 “혁신이란 게 이 세상에 없는 걸 만드는 일이 아니다”라면서 “이미 나와있는 제품을 개선해 더 발전시키는 일이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육사 33기. 국군보안사령관 부관, 5공 시절 청와대 부속실장을 지냈다. 대통령 그림자로 불렸다. 손삼수 웨어밸리 대표 과거 이력이다. 지금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데이터베이스(DB)기업 대표로 변신했다. 웨어밸리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세계 7대 데이터베이스(DB) 업체로 7년 연속 뽑혔다. 세계일류상품 인증도 받았고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중국 상하이 과학원 산하 상하이산업기술연구원과 합작사를 설립했다. 집무실 입구 탁자 위에 놓인 '웨어밸리 경영 이념'이 눈길을 끌었다. 행정학 박사로 대학에서 강의도 한다. 글자가 빼곡히 적힌 손 수첩을 꺼내놓고 인터뷰에 응했다.

-경영 이념을 대표가 정했나.

▲아니다. 간부들과 워크숍 가서 밤새 토론해 만들었다. 중요한 게 창의와 호기심이다. 직원에게 호기심을 심어주고 혁신하도록 강조한다. 혁신이란 게 이 세상에 없는 걸 만드는 일이 아니다. 나와 있는 제품을 개선해 더 발전시키는 일이다. 매월 첫째 주 월요일 직원 대상으로 월례회의에서 1시간여 혁신 교육과 교양강의, 역사 이야기를 한다. 그러려면 책을 읽고 공부를 해야 한다. 안 그러면 금세 들통 난다.(웃음) (경영 이념은 혁신을 주도하고 창의역량을 극대화하며 인류발전에 기여하고 세계적 지식기업으로 발전한다는 내용이다.)

-제품 생산과 올해 매출 목표는.

▲우리가 생산하는 솔루션은 9종이다. 올해 말 통합 정보보안 신제품을 발표한다. 매출은 순수 SW만 200억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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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는 DB 전문기업이다. 가트너가 선정한 세계 7대 DB기업에 2012년부터 7년 연속 뽑혔다. 이 중 6개가 미국 기업이다. 아시아에선 우리가 유일하다.(웨어밸리는 DB 관련 특허가 10여건이고 국제 CC인증 5건, GS인증 18건을 획득했다.)

-해외 법인은 몇 곳인가.

▲일본과 중국 2곳이다. 미국 법인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설립한다. 이번에 미국 초청을 받아 출장간다.(손 대표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투자유치콘퍼런스 참석차 20일부터 23일까지 출장 중이다.)

-수출은 몇 개국에 하나.

▲중국,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브라질 등 5개국이다. 욕심 내지 않고 차근차근 시장을 확대해 나갈 생각이다.

-중국과 어떻게 합작사를 설립했나.

▲중국 상하이 과학원과 2년여 추진 기간을 거쳐 지난해 7월 상하이산업기술연구원과 합작사 '지브릿지(Gbridge)'를 설립했다. 상하이 과학원은 기계, 화학 등 산업 중심으로 44개 연구소를 산하에 두고 직원만 3만여명에 달한다. 우연히 그곳 원장을 알게 돼 합작사를 설립했다. 중국은 빅데이터 분야를 국가 전략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2017년 12월 “국가 빅데이터 전략을 실행해 디지털 중국 건설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작사 현판식에서 상하이 과학원장이 “정부기관이 외국 민간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하는 일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연말까지 중국에서 가장 물동량이 많은 상해세관을 비롯한 3곳 컨설팅을 했고 올해 8곳에 대한 컨설팅을 할 계획이다. 중국 측이 우리 기술력을 인정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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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실천한 사회공헌 활동은.

▲국내외 유수 대학 등에 소프트웨어(SW)를 무상 지원했다. 2011년부터 지난 4월까지 모두 138억원가량 기증했다. 육사와 단국대, 항공대, 숙명여대 등 국내 31개 대학에 71억원, 중국과 인도, 태국 등 해외 10개국 27개 대학에 67억원을 전달했다.

-새로 발표할 제품이 있나.

▲개발을 완료하고 이달 말 발표할 '앵무새(parrot)'라는 제품이다. 지금은 기종이 다르면 데이터를 실시간 옮기거나 복사하는 게 어렵다. 우리가 개발한 제품은 다른 기종 간에도 데이터를 실시간 이전하거나 복사할 수 있다. 이달 말 27일과 28일 공개할 계획인데 세계 최고 기술이라고 자부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앞으로 BI(Business Intelligence) 시장이 획기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DB사업을 하게 된 계기는.

▲5공이 끝나 전두환 전 대통령을 모시고 청와대를 나왔다. 무급 비서관을 하다 보니 부모 직업란에 적을 게 없었다. 그래서 1994년 사업을 시작했다. 주위 분들이 “회계는 철저하게 하라”고 충고했다. 재일교포 한 분도 일본에서 사업하면서 문제가 없었던 이유는 “투명한 회계처리 결과”라고 조언했다. 처음부터 회계법인의 외부감사를 받았다. 처음에는 회사 규모가 작다며 거절하기에 거듭 요청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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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하면서 난관은 없었나.

▲왜 없었겠나. 처음에는 PC와 17인치 모니터 임가공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완제품을 조립해 납품했다. 통신업체를 설립해 만화도서관, 사주팔자 역학을 개발해 서비스했다. 1997년 1월부터 재고는 쌓이고 자금 사정이 나빠졌다. 그래서 해외 수출을 모색했다. 그때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 부인 정희자 여사의 소개로 폴란드에 가서 제품 수출을 타진했다. 폴란드 업체가 “물건은 사고 싶지만 돈이 없다”고 했다. 1997년 11월 IMF가 터졌다. 부도 직전인데 폴란드에서 제품을 사겠다는 팩스가 들어왔다. 100대, 150대씩 재고 물량을 팩스로 모두 팔았다. 그 돈으로 빚을 갚고 30여억원이 남았다. 그때 하드웨어는 중소기업이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절감했다. 2001년 웨어밸리를 창업해 SW분야로 전환했다. 초창기에는 작은 징을 사무실 입구에 놓고 제품을 팔면 징을 울렸다. 직원들이 박수로 격려했다. (그 징은 사무실 통로 옆에 지금도 놓여있다)

-전 대통령과는 언제 처음 만났나.

▲육사 졸업 후 1사단 소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신임 사단장으로 부임했다. 그 때 처음 만났다. 사단장 부관으로 일하다가 국군보안사령관으로 갈 때 따라갔다. 이후 중대장과 고등군사반 교육을 마치고 청와대로 발령이 나 대통령 수행 비서를 거쳐 부속실장으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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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통령은 재임시 정보화에 관심이 많았나.

▲국가 정보화와 과학기술에 관심이 지대하셨다. 관련 전시회에는 꼭 참석했다. 전전자교환기(TDX)개발에 240억원을 지원했는데 당시로선 엄청난 금액이었다. 반도체 개발도 최대 관심사였다. 전시회에 가면 제품을 가지고 와서 직접 사용하면서 문제점을 개선했다. 한번은 전시회에서 손톱깎기와 휴지를 가지고 와 직접 사용하고 문제점을 고치도록 지시하셨다. 그 손톱 깎기가 많이 팔려 회사 대표가 감사 표시로 손톱깎기 100세트를 청와대로 보내왔다. 대통령이 주위에 하나씩 나눠줬는데 나도 하나 받았다. 전 대통령은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다. 간섭하지 않고 관계자가 소신껏 일을 하도록 방패 역활을 하셨다. 그러니 당사자들이 얼마나 신바람이 나서 일했겠나. 고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한테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하며 전적으로 경제를 맡겨 성장, 물가안정, 국제수지 흑자를 달성하지 않았나.

-왜 군으로 복귀하지 않았나.

▲군으로 복귀할 생각이었다. 단임을 끝내고 1988년 2월 퇴임 무렵 어른이 저를 불러 “군으로 갈래, 나를 따라갈래”하고 물었다. “군으로 복귀하겠다”고 답변했다. 일주일 후 부르더니 같은 질문을 했다. 전 대통령은 기억력이 비상하다. 사단장 시절 예하 중대장 이름을 다 외웠다. 그런 분이 같은 질문을 할 때는 뜻이 있는 것 아니겠나. 순간 “이 분이 나를 필요로 하는 구나”하고 깨달았다. 그래서 “제가 모시고 나가겠습니다”라고 했다. 며칠 지나 다시 불러 같은 질문을 했다. “모시겠다”고 했더니 전 대통령이 “나를 따라가면 앞으로 어려움이 많을텐데” 하셨다. 그래서 군인의 길을 접고 중령으로 예편했다. 어른은 상대를 늘 배려하셨다.

-좌우명과 취미는.

▲나폴레옹이 한 말인데 늘 가슴에 간직한다. “그대 세기의 사상 선두에서 걸어라. 세기의 사상 선두에서 걸으면 그 사상이 나를 지지할 것이고, 세기의 사상 뒤를 따라 걸으면 그 사상이 나를 끌고 갈 것이다. 세기의 사상에 반대해서 걸으면 그 사상이 나를 쓰러뜨릴 것이다.” 이런 마음으로 직원들과 앞서가기 위해 노력한다. 취미는 없는데 굳이 말한다면 독서다. 평균 일주일에 책 한권은 읽는다. 주로 정보통신과 과학기술, 행정 분야다. 주요 내용은 작은 수첩에 메모해 놓고 비행기나 자동차를 타고 갈 때 복습한다. 메모한 수첩이 100여권이 넘는다.(캐비닛에 메모한 수첩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나는 카톡이나 SNS를 안한다. 저녁 약속도 하지 않는다. 아침 5시 반경이면 집을 나와 헬스를 하고 사무실에 8시 반경 도착한다. 퇴근은 6시에 한다. 대표가 사무실에 늦게 있으면 직원들이 불편해 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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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삼수 웨어밸리 대표는 육군사관학교를 33기로 졸업하고 국군보안사령관 전속부관, 대통령 부속실장을 지냈고 육군중령으로 예편했다. 전직 대통령 무급비서관으로 일하다 2001년 전자업체를 창업했다. 그게 웨어밸리다.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석사를, 국민대학교 대학원에서 전자정부를 주제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데이터베이스협회장을 역임하고 상해 산업기술연구원 수석과학자, 성신여대 겸임교수다. 신소프트웨어 상품대상과 다산 기술상, 1000만달러 달성 수출대상, 대한민국 IT혁신대상 최우수상, 세계일류상품 인증, 장영실상, 대한민국 산업대상 SW대상, 국무총리상 등 수많은 상을 받았다.


이현덕 대기자 hd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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