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통해 나스닥에 입성,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룬 가운데 미국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시설을 자국에 유치하기 위한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SK하이닉스 ADR은 10일(현지시간) 공모가 149달러보다 약 14% 높은 170달러로 거래를 시작했다. 장중 177달러까지 오른 뒤 상승 폭을 일부 반납해 168.01달러로 첫날 장을 마감했다. 이는 공모가보다 약 12.8% 높은 수치다.
이번 흥행은 그동안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기술력과 실적에 비해 미국 경쟁사보다 낮은 평가를 받아왔다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근거가 있었음을 보여준 사례로 해석된다.
댄 코츠워스 투자회사 AJ벨 투자 책임자는 로이터 통신에 “미국의 수요가 일부 시장의 예상보다 강했다”며 “이는 메모리 반도체 상승세가 정점에 달한 것이 아니라 숨 고르기 국면이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의 이번 ADR 상장은 총 265억 달러(약 40조원) 규모로 지난달 기업공개(IPO)로 역대 최고기록을 세운 스페이스X(857억 달러)에 이어 미국 시장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SK하이닉스가 미국 자본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한 가운데 미국 정부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시설 유치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미국이 AI 시대 핵심 부품인 메모리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뉴욕주 클레이에서 열린 마이크론 반도체 공장 콘크리트 타설 기념식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국 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 확대를 촉구했다.
러트닉 장관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마이크론이 달가워하지 않겠지만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불러와 생산시설을 짓게 하고 싶다”며 “마이크론이 앞장서고 있으니 경쟁사들은 질투심을 느낄 것이고 결국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이날 미국 내 투자 확대 계획을 내놨다. 마이크론은 AI 시대 메모리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2035년까지 미국 내 반도체 공장과 기술 분야 투자 규모를 2500억달러(약 375조원)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SK하이닉스의 나스닥 ADR 상장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투자를 발표한 것이다.
산자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는 “미국이 건국 250주년을 맞은 가운데 데이터와 메모리는 현대 경제의 초석이 됐다”며 “이러한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 미국 내 투자 규모를 2035년까지 2500억달러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당초 미국 내 투자 규모를 1700억달러로 계획했다. 이후 지난해 6월 HBM 수요 증가 등에 대응해 투자액을 2000억달러로 높였고, 이번에 다시 500억달러를 증액했다.
이번 투자 확대는 미국 반도체 산업 부활과 첨단 반도체 공급망 내재화를 추진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