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 간 초고속·초저지연 데이터 이동이 새로운 병목으로 부상하면서 기존 실리콘 포토닉스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는 차세대 기술로 '플라즈모닉스(Plasmonics)'가 급부상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팹리스 반도체 기업 마벨테크놀로지가 최근 플라즈모닉스 기반 광변조기 프로토타입의 상세 성능을 공개했다. 이 변조기는 기존 실리콘 포토닉스 대비 작동 속도가 약 10배에 달하는 1테라헤르츠(THz)를 기록했으며, 크기는 300~500배 수준으로 축소됐다. 프로토타입의 길이는 약 10마이크론(μm) 수준이다.
플라즈모닉스는 금속-유전체 계면에서 빛(광자)과 전자가 상호작용하는 '표면 플라즈몬 폴라리톤(Surface Plasmon Polariton)' 현상을 이용한다. 빛을 전자의 초고속·초소형 경로에 '태워' 나노미터 스케일로 보내는 기술로 비유된다. 기존 광학 기술이 겪는 빛의 회절 한계를 극복해 빛을 훨씬 작고 빠르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실리콘 포토닉스의 한계를 넘어서는 차세대 광소자 기술로 평가받는다.
마벨은 올해 4월 스위스 플라즈모닉스 전문 기업 폴라리톤 테크놀로지를 인수하며 이 기술을 확보했다. 폴라리톤은 ETH 취리히 스핀오프로, 플라즈모닉스 기반 고속·저전력 변조 기술을 보유했다. 마벨은 이번 인수를 통해 광 연결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AI 시대에 요구되는 초고대역폭·저전력 광 솔루션 개발을 가속하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등 주요 AI 칩 공급사들은 CPO(코-패키지드 옵틱스) 기술 도입을 가속하고 있다. GPU와 광엔진을 패키지 내부에 최대한 가깝게 배치해 전력 소비와 지연 시간을 줄이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실리콘 포토닉스 기반 변조기는 회절 한계로 인해 소형화와 속도 향상에 근본적인 제약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플라즈모닉스 기술은 특히 전력 밀도와 공간 제약이 극심한 대규모 AI 팩토리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기존 실리콘 CMOS 파운드리 공정과 호환된다는 점이다. 새로운 제조 인프라 투자 없이 대량 생산이 가능해 상용화 속도가 빠를 것으로 기대된다.
마벨은 플라즈모닉스 기술을 통해 3.2Tbps 이상의 광 성능 스케일링과 비트당 초저전력 소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코히어런트 광통신과 데이터센터 인터커넥트(DCI)뿐만 아니라 AI 클러스터 내 고밀도 연결에도 적용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다만 아직 프로토타입 단계인 만큼 신뢰성·수율 검증과 주요 하이퍼스케일러와의 파트너십이 상용화의 관건으로 지적된다.
업계 관계자는 “AI 팩토리의 전력 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광인터커넥트 혁신 없이는 지속 가능한 스케일링이 어렵다”며 “플라즈모닉스가 실리콘 포토닉스의 한계를 넘어서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