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디지털자산 시장의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클래리티법'이 이번 주 마지막 시험대에 오른다. 공직자 이해충돌과 스테이블코인 보상, 탈중앙화금융 규율 등을 둘러싼 이견도 남아 있어 이번 주 통과하지 못하면 연내 법제화 가능성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일 미국 상원에 따르면 상원은 오는 7일까지 입법 일정을 소화한 뒤 10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비회기에 들어간다. 이번 주가 클래리티법을 여름 휴회 전에 처리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이날 현지시간 오후 3시 본회의를 재개하지만 첫 표결은 정부 임시예산안 처리가 될 전망이다.
클래리티법은 디지털자산이 증권인지 상품인지 구분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 권한을 나누는 시장구조 법안이다. 법안은 지난해 7월 하원을 통과했다. 상원은 SEC와 CFTC 소관 내용, 공직자 윤리, 스테이블코인 보상, 탈중앙화금융 규율 등을 반영한 별도 수정안을 마련했다.
법안을 둘러싼 최대 쟁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 공직자의 디지털자산 사업을 둘러싼 이해충돌 문제다. 현재 수정안은 대통령과 부통령 등 일부 고위 공직자가 재임 중 디지털자산을 발행하거나 후원하는 행위를 제한하지만, 기존 가상자산의 보유·거래까지 막지는 않는다. 이는 민주당의 반발을 불렀다.
스테이블코인 보상 문제도 있다. 수정안은 이용자가 스테이블코인을 단순 보유한 대가로 받는 이자성 보상은 금지하면서 결제와 거래 등 활동에 연계된 보상은 허용한다. 은행권은 거래소가 우회적으로 보상을 제공하면 은행 예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주장하고, 가상자산 업계는 제3자의 보상까지 제한하는 것은 경쟁을 막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탈중앙화금융(디파이)을 어디까지 규제할지도 쟁점이다. 운영자가 이용자 거래를 막거나 고객자산을 움직일 권한을 갖고 있다면 '탈중앙화 서비스'라고 주장하더라도 금융회사와 비슷한 규제를 받게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반면 고객자산을 직접 보관하지 않고 프로그램만 개발하는 사업자에게는 규제를 일부 면제할 수 있다. 민주당과 수사당국은 예외 범위를 넓게 인정하면 불법자금 거래에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번 주가 중요한 것은 11월 중간선거 일정이 곧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상원은 9월 11일까지 비회기에 들어가고, 10월에도 중간선거를 앞둔 지역구 활동이 예정돼 있어 법안 처리 시간은 빠듯하다.
상원 통과가 끝도 아니다. 상원 수정안은 지난해 하원이 처리한 법안과 내용이 달라 하원이 상원안을 다시 의결하거나 양원이 단일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주 상원에서 절차를 시작하지 못하면 9월 이후 상원 표결과 양원 조정, 하원 재의결을 모두 마쳐야 해 연내 법제화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다.
법안 처리가 장기화하면 미국 디지털자산 업계는 SEC와 CFTC의 관할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사업을 이어가야 한다. 거래소와 토큰 발행사 등이 어떤 등록 절차와 규제를 적용받는지 명확해지지 않아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이 신규 사업이나 투자를 미룰 수 있다.
한국에서 클래리티법을 주목하는 이유는 미국의 규제 기준이 국내 디지털자산 제도와 사업모델에 사실상 참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내 통과가 무산되면 시장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지만 디지털자산 산업의 중장기 방향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