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금이냐 플랫폼 지갑이냐…美 스테이블코인법 '예금전쟁'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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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테이블코인

미국 스테이블코인 입법 논의가 은행권과 가상자산 업계 간 '예금전쟁'으로 확산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보유만으로 이자를 주는 행위는 금지하되, 결제·거래 등 이용자 활동에 따른 리워드는 허용하는 절충안이 마련되면서다. 가상자산 업계는 규제 불확실성 해소를 기대하고 있지만, 은행권은 거래소·핀테크 지갑이 은행 예금을 빼앗는 우회로가 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 상원에서는 최근 디지털자산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의 핵심 쟁점이던 스테이블코인 보상 조항에 절충안이 마련됐다.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과 앤젤라 올스브룩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스테이블코인 수익 제공 관련 문구에 합의했다.

쟁점은 스테이블코인 보상이 '예금 이자'인지, '플랫폼 리워드'인지다. 절충안은 은행 예금 이자와 유사한 스테이블코인 수익 지급은 금지하되, 결제·거래·멤버십 등 이용자 활동에 기반한 일부 리워드는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코인베이스와 서클 등 미국 가상자산 업계는 절충안이 상원 은행위원회 문턱을 넘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폴 그레월 코인베이스 최고법률책임자(CLO)는 지난 6일(현지시간) 컨센서스 2026 인터뷰에서 이 절충안을 '현실적 중간안'으로 평가했다.

반면 은행권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미국은행협회(ABA), 은행정책연구소(BPI), 소비자은행협회(CBA), 금융서비스포럼, 미국독립지역은행협회(ICBA) 등 주요 은행 단체들은 스테이블코인 이자·수익 지급 금지라는 정책 목표에는 동의하면서도, 현재 절충안 문구로는 우회 보상을 막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거래소나 핀테크가 멤버십, 거래 보상, 캐시백 등의 명목으로 사실상 예금 이자와 유사한 혜택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예금의 기능을 일부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핀테크의 스테이블코인에 리워드가 붙으면 이용자는 은행 계좌가 아니라 플랫폼 지갑에 자금을 보관할 유인이 생긴다. 미국은행협회는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이 은행 예금 유출로 이어질 경우 중소기업 대출이 5분의 1 이상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논쟁은 한국에도 직접적인 시사점을 준다. 미국이 '보유 이자 금지, 사용 기반 리워드 허용'이라는 기준을 세울 경우 한국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에서도 유사한 충돌이 불가피하다. 스테이블코인 보상 문제가 단순한 가상자산 규제 이슈를 넘어 은행 예금 유출과 대출 여력 축소 논쟁으로 번질 수 있다.

결국 쟁점은 이용자 자금이 어디에 머물고, 그 자금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누가 가져가느냐로 이어진다. 스테이블코인 산업이 제도권에 편입될 경우 발행사와 거래소 간 수익 배분 구조도 달라질 수 있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클래리티법 통과 이후 스테이블코인 산업의 제도권 편입이 본격화될 경우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전략적 가치와 협상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오는 8월 예정된 서클과 코인베이스 간 계약 재협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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