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 및 프리랜서를 제도권에 편입하는 노동법 개편이 추진되자 보험업계가 고심에 빠졌다. 제도 도입시 70만명을 웃도는 보험설계사에게 투입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조단위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1일 고용노동부 따르면 정부와 더불어 민주당 주도로 근로자 추정제와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 소위 '일터기본법' 패키지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본격적인 사회적 논의는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 이후 진행될 전망이다.
근로자 추정제는 노무를 제공한 사실이 확인되면 근로자로 추정하고, 사업주가 이를 반증하지 못할 경우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형태다. 기존에는 노동자가 본인의 근로자성을 입증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사업주가 입증 책임을 갖게 된다는 의미다.
보험업계는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의 핵심이 근로자 추정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70만 보험설계사들이 근로자로 인정되면 최저임금, 주 52시간제, 퇴직금, 주휴수당, 4대 보험 등 근로기준법상 강제 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간 특수고용직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던 보험설계사에게 지급해야 하는 비용이 조단위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지난해말 기준 국내 보험설계사는 71만2000여명. 업계는 이중 약 60%(42만7200명)가 국민연금·건강보험 직장가입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작년 설계사 월평균 소득(329만원)으로 추산시 연간 약 1조6000억원 규모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해당 금액중 절반은 사업주인 보험사와 보험대리점(GA)이, 나머지 절반은 설계사 개인이 부담하게 된다.
보험설계사 근로자성이 인정된다면 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자, 보험업계 특성을 반영해 합리적인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설계사는 일정한 출근이 없고, 위촉계약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기에 일반적인 근로자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에 각 업권별로 대응 마련이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는 근로자 추정제가 안착되는 상황을 우선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업계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건의할 계획이다. 손해보험협회는 한국경영자총협회 관련 회의에 참여해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보험대리점(GA)협회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 및 근로자 추정제 도입시 보험설계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법적 판단을 검토하고 있다. 주요 법률리스크 및 리스크·분쟁 가능성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향후엔 GA업권 맞춤 노무 관리 가이드라인 및 매뉴얼을 구축하고 GA별 제도 안착을 지원할 예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산업 설계사 규모가 워낙 크고 민감한 이슈이다 보니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제조업 등 다른 산업에 제도가 안착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급선무고, 이에 따라 대응 향후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