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가상자산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이 상원 표결에서 분수령을 맞는다.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가상자산 사업을 둘러싼 이해충돌 조항에서는 막판 절충안이 마련됐지만, 스테이블코인 보상을 둘러싼 은행권과 가상자산업계의 충돌은 여전히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미 상원은 15일(현지시간) 클래리티법의 본회의 심의 착수를 위한 절차표결을 진행한다. 법안을 본회의 안건으로 다루는 과정에서 필리버스터를 차단하려면 상원의원 100명 중 6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공화당 의원 53명이 모두 찬성하더라도 민주당·무소속 진영에서 최소 7표를 확보해야 한다. 일부 공화당 의원도 스테이블코인 보상 규정에 우려를 나타낸 만큼 실제 필요한 야당표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막판 변수였던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가상자산 사업과 이해충돌 문제에서는 일부 돌파구가 마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당적 윤리조항의 약 80%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은 핵심 쟁점은 스테이블코인 보상이다. 절충안은 이용자가 별다른 활동 없이 보유한 스테이블코인 잔액에 예금이자와 유사한 보상을 지급하는 것은 제한하되, 결제나 거래 등 특정 활동에 따른 보상은 허용하는 방향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쟁은 지난해 제정된 지니어스법이 남긴 빈틈에서 시작됐다.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이용자에게 직접 이자를 지급하는 것을 금지했지만, 거래소나 전자지갑 사업자가 별도로 보상을 제공하는 경우까지 명확하게 정리하지는 않았다.
은행권은 거래소 등이 지급하는 보상도 사실상 이자 지급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보고 클래리티법에 간접 보상까지 제한하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가상자산업계는 결제나 거래에 따른 보상까지 금지하면 스테이블코인의 활용과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두 업계가 보상 규정에 사활을 거는 배경에는 스테이블코인의 수익 구조가 있다. 은행권은 스테이블코인으로 자금 이동을 막아 예금과 고객을 지키려 하고, 발행사와 거래소는 준비자산에서 발생한 수익과 이용자 접점을 확보하려는 구도다.
이번 표결이 통과돼도 법 제정까지는 여러 단계가 남는다. 상원은 법안 심사와 수정안 처리, 최종 표결을 거쳐야 한다. 상원안이 지난해 하원을 통과한 법안과 달라진 만큼 하원이 상원안을 다시 의결하거나 양원이 조정을 거쳐 단일안을 마련해야 한다. 표결이 부결되거나 연기되면 11월 중간선거 이전 처리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현 의회 임기가 끝나는 내년 1월 초까지 법안이 제정되지 못하면 새 의회에서 다시 입법 절차를 밟아야 한다.
미국의 논쟁은 한국에도 과제를 던진다. 국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은행 중심으로 발행할지, 핀테크와 가상자산사업자까지 허용할지에 집중돼 있다. 발행 주체뿐 아니라 거래소와 전자지갑 사업자가 이용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이자·보상의 범위까지 정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입법 속도도 변수다. 국내 디지털자산 기본법 논의는 9월 말 공청회와 11월 국정감사 이후 본격화될 전망이다. 제도화가 늦어지는 사이 국내 토큰화 국채·펀드·금 거래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주요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으면 거래 수수료와 이용자 데이터, 유통 주도권이 해외 발행사와 플랫폼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제도화 지연으로 기업들의 사업화 자체가 시작되고 있지 못하기에 글로벌 경쟁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우선 글로벌 중심으로 사업을 개시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