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기아 'PBV'의 그늘…차종 규제에 갇혀 '모듈 교체' 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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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PV5는 운전석 뒤편 '라이프 모듈'을 기계적·마그네틱 결합 방식으로 손쉽게 바꿔 끼우는 이지스왑 기술 적용을 고려해 개발됐다.

기아가 첫 전용 목적기반차량(PBV) 'PV5'에 이어 'PV7'까지 공개하며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핵심 혁신 가치로 내세웠던 '수시 모듈 교체' 기술은 틀에 갇힌 규제와 경제성 등 벽에 부딪혀 수면 아래에 머물러 있다.

17일업계에 따르면 기아가 PBV 청사진을 발표하며 내세웠던 차체 모듈 탈부착 기술 '이지스왑(Easy Swap)'은 실제 양산 모델에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

앞서 기아는 2024년 1월 미국 'CES 2024'에서 운전석 뒤편 '라이프 모듈'을 결합 방식으로 손쉽게 바꿔 끼우는 이지스왑 기술을 선보였다. 차량 1대로 낮에는 화물 배송을, 밤에는 여객 셔틀이나 업무용 라운지로 활용해 차량 가동률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현행 자동차관리법 체계에서는 '가변형 다목적 운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현행법은 자동차를 승용·승합·화물·특수·이륜차 등 5개 차종으로 엄격히 한정해 등록 시 단 하나의 용도만 선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화물차로 등록하면 승객 유상 운송이 금지되고, 차체 모듈을 바꿀 때마다 매번 복잡한 구조변경(튜닝) 승인을 거쳐야 한다. 완성차 입장에서도 당장 양산 단계에서는 수시 교체 방식을 접고, 화물용 '카고'와 승객용 '패신저' 등 용도가 고정된 모델 위주로 판매할 수밖에 없는 제도적 한계가 존재한다.

기아는 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기술 구현과 시장성 확보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기아 관계자는 “이지스왑은 미래 혁신 기술을 선보인 단계로, 아직 경제성 확보나 상용화를 위한 기술적 준비가 완료된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제도 개선 작업도 속도 조절에 들어간 모양새다. 국토교통부는 2021년 관계부처 합동 '자율주행차 규제혁신 로드맵 2.0'을 통해 여객·화물 병용 PBV의 상용화 한계를 지적하며 2026년까지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실제 양산 수요가 가시화되지 않으면서 제도 정비는 멈춰 섰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재 차종 분류 유연화와 관련된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은 진행 중이지 않은 상태”라며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실제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좀 더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자동차 업계는 기업이 상용화 단계를 밟아가는 동안 정부 역시 선제적인 법제 정비 준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성숙도와 채산성 검토가 선행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제도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으면 향후 기술이 완성되더라도 낡은 규제에 묶여 시장 진입이 지체될 수 있다”며 “글로벌 모빌리티 경쟁에 발맞춰 중장기적으로 다목적 차종 신설 등 법적 유연성을 마련해 두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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