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국내 배달 플랫폼 시장은 2020년 17조3000억원에서 2025년 41조3000억원으로 5년 사이 약 139% 성장하며 40조원 규모로 확대됐다. 팬데믹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수요가 급증한 뒤 일상에서 빼놓기 어려운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은 결과다. 배달 플랫폼은 오프라인 영업에 한계를 느끼던 수많은 소상공인에게 새로운 판로를 열어 줬다.
2010년대 후반만 해도 국내 배달 플랫폼 시장에서는 배달의민족이 선두를 달리고 요기요와 배달통이 뒤를 이었다. 2019년 쿠팡이 쿠팡이츠로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은 치열해졌다. 쿠팡이츠는 쿠팡의 대규모 사용자 기반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고, 요기요를 제친 데 이어 배민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배민과 쿠팡이츠 점유율 경쟁은 과열됐다. 각 사가 자사 서비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입점업주에게 다른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지 못하도록 요구하는 '최혜대우 요구' 등 부작용도 불거졌다.
이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심사보고서를 발송하며 두 플랫폼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통상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면 일정 기간 뒤 제재 여부와 시정명령이 결정된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은 위법 혐의를 받는 사업자가 거래 질서 개선 등 자진 시정방안을 제시하고 공정위가 이해관계인 등의 의견을 수렴해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두 회사가 동의의결안에 담은 시정방안에는 총 3600억원 규모 상생지원안이 포함됐다. 우아한형제들은 3년간 30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기금 조성과 파트너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쿠팡도 4년간 600억원 규모의 입점업주 재정 지원안을 내놨다. 배달 플랫폼 시장이 커지면서 입점업주 수수료와 광고비, 라이더 처우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도 두 회사가 대규모 상생안을 제시했다.
변화와 혁신이 빠르게 일어나는 유통시장에서 과도한 정부 개입이나 제재, 법적 규제보다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 주요 업체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시장 참여자 전체 복리를 높인다. 그런 점에서 두 플랫폼의 동의의결 신청은 어느 때보다 전향적이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6월 18일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이 신청한 동의의결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양사가 제시한 상생안은 무산됐다. 공정위 본안 심의에서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위가 결정된다.
공정위가 두 회사와 상생지원 내용을 조정하고 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자율 개선을 유도했다면 소상공인 피해구제와 배달 플랫폼 시장 질서 회복에 조금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동의의결 신청이 기각된 날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등 5개 단체도 공동 입장문을 내고 기각 결정을 재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당장 경영 일선에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게는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책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조사로 법 위반 사항을 파악하고 과징금 처분과 시정명령을 내리는 것은 본연의 역할이다. 그러나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이 제시한 대규모 상생지원안과 시정방안도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플랫폼 산업 특성상 기업과 소상공인의 상생과 동반성장은 늘 어려운 과제다. 이해당사자가 서로 노력하고 양보할 때 비로소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공정위가 무조건적인 처벌보다 산업 특성을 면밀히 고려해 배달 플랫폼과 소상공인 간 상생 모델 구축을 목표로 정책 방향을 잡길 기대한다. 처벌 위주 행정이 초래할 시장 위축보다 기업의 자율 시정과 상생 노력을 독려하는 것이 국내 플랫폼 생태계 경쟁력을 높이고 소상공인과 동반 성장하는 더 지혜로운 해법이 될 것이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 zest07@ns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