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대표하는 유니콘 3개사(리벨리온, 퓨리오사AI, 딥엑스)가 기업공개(IPO) 만을 보고 내달리기 보다는 실력 다지기와 사업력 입증을 통해 몸집을 더 단단히 만드는 방향을 택했다.
리벨리온이 코스피 입성 시점을 내년 상반기로 순차 조정하고, 퓨리오사AI와 딥엑스 역시 각각 2028년 하반기와 2027~2028년을 바라보며 프리IPO 및 시리즈D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성급한 상장으로 몸값을 평가받기 보다는 양산 실적과 고객사 확보로 수익성을 입증한 뒤 제값을 인정받겠다는 고심 찬 결단이다.
이러한 전략적 선택은 최근 요동치는 글로벌 AI 반도체 산업 지형과 궤를 같이한다. 미국 뉴욕증시를 중심으로는 AI 버블론에 이은 '2차 위기론'이 급속히 번지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빅테크들의 막대한 설비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 한층 엄격한 잣대를 대기 시작했다.
여기에 중국 문샷AI가 선보인 AI 엔진 '키미 K3'가 압도적인 경제적·기술적 성능을 입증하며 파문 일으키듯, 글로벌 시장은 이제 단순한 기대감이 아닌 '비용대비 효율(cost-efficiency)'과 실질적 가치를 증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AI 반도체 역시 기술적 화려함만으로는 시장을 설득할 수 없는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현재 이들 토종 AI반도체 3사의 기업가치는 평가액 기준으로 리벨리온 3조 4000억원, 퓨리오사AI 약 3조원, 딥엑스 약 2조 8500억원에 달한다. 반면 이들의 지난해 매출액은 각각 320억원, 57억원, 33억원 수준에 그쳐, 매출 대비 기업가치 간극이 최대 800배에 육박한다.
이러한 불균형 상태에서 성급히 증시에 진출할 경우, 자본시장의 차가운 냉소 속에 비상장 단계에서 인정 받은 가치마저 훼손될 위험이 존재한다.
따라서 지금 확보 중인 대규모 투자금은 단순한 연명이 아니라 실질적인 '체질 개선'에 쓰여야 한다. 상용 공급 규모 확대와 양산 수준의 생산량 달성,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본격적인 매출 증대로 실력과 가치를 동시에 입증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리벨100, 레니게이드 등 차세대 칩의 성공적인 양산과 안정적인 고객사 수주만이 거품 우려를 불식시키고 손익분기점(BEP)을 넘어서는 유일한 열쇠다.
결국, 지금의 IPO 숨고르기는 후퇴가 아닌, 더 높이 도약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봐야한다. 글로벌 시장의 거센 풍랑 속에 기술검증과 매출 실적이라는 튼튼한 방파제를 구축한다면, 2~3년 뒤 도달할 실제 IPO 시점에는 단연 국내 유니콘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차세대 AI 반도체 리더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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