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혁신의 속도, 책임의 무게

유통 산업이 진화하고 있다. 제조와 판매, 물류가 한 기업 안에서 이뤄지던 시대는 지났다. 제조는 전문기업이 맡고, 브랜드는 기획과 마케팅을 담당한다. 플랫폼은 판매를 연결하고, 물류기업은 배송을 책임진다. 역할은 세분됐고 효율은 높아졌다.

최근 취재한 이커머스 물류와 뷰티 산업 분야도 분업 구조와 함께 빠르게 성장 중이다. 물류는 풀필먼트 업체와 플랫폼, 판매자로 역할이 나뉘어 운영된다. 화장품과 뷰티 디바이스는 제조사(OEM·ODM), 책임 판매업자, 브랜드, 유통채널이 각자 역할을 맡는다. 분업 이점을 극대화한 이커머스와 K뷰티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성장 중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이같은 산업의 분업 구조를 보고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제조사나 물류 담당보다 브랜드와 판매 채널을 믿고 결제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제품 하자나 안전 문제, 배송 사고가 발생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물류만 해도 풀필먼트, 위탁배송, 플랫폼 배송 등 계약 관계에 따라 제조사와 판매자, 플랫폼, 물류업체 책임 범위가 복잡해진다. 최소한의 안전성을 입증해야 하는 뷰티 디바이스도 카테고리에 따라 제조사와 브랜드별 인증 책임 범위가 상이하다. 소비자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하는 혼란에 빠진다.

분업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산업이 발전할수록 전문화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시장 변화 속도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데 있다. 새로운 유통 구조와 산업 환경은 빠르게 자리 잡았지만, 소비자 보호를 위한 책임 체계는 여전히 과거 구조를 전제로 설계된 경우가 많다. 그 빈틈은 소비자 불편과 시장 불신으로 이어진다.

산업 현실에 맞는 책임 체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역할을 나누는 것은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것이지만, 이 때문에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서는 안된다. 책임 회피를 위한 것이어서도 안된다. '제로 클릭' 커머스가 다가오는 시대, 혁신의 속도 만큼 책임의 무게도 무거워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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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은 기자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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