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다가올 AI 충격에 대비해 '지금 행동해야 한다(We Must Act Now)'라는 선언문이 발표됐다. 200여 명의 초기 서명자는 경제·경영학자가 중심이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16명과 거대언어모델(LLM) 개발 현장 종사자도 포함됐다.
이념·소속을 넘어서 한 목소리를 낸 이유는 분명하다. 향후 10년 안에 AI는 더욱 강력해지면서 생활 수준을 높이겠지만, 동시에 대규모 일자리 대체와 새로운 사회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휘청일 때 '월가 점거 운동(2011)'이 반향을 일으킨 지 15년 만의 위기 선언이다.
88단어에 불과한 선언문 저변에 깔린 메시지는 이를 주도한 경제학자들이 엮은 전미경제연구소(NBER) 주관 AI 콘퍼런스 편저인 '변혁적 AI의 경제학(2025)'으로 가늠할 수 있다. 의제는 다섯 갈래로 압축된다.

첫째 AI가 생성하는 가치·혁신의 크기와 AX 확산의 측정이다. 둘째 소수 AI 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억제할 공정경쟁 제도 구축이다. 셋째 AI에 의한 노동 대체 이후 인간의 소득·삶을 보장하고 사회 분열을 봉합할 분배·삶의 질의 문제다. 넷째 에이전트·인간 간 지식 창출 주체와 최종 의사결정권 문제이다. 마지막은 허위정보와 보안·안보를 넘어 인류의 존속을 위협할 실존위험과 같은 사회 안정성 이슈이다.
2017년 첫 콘퍼런스 때만 하더라도 AI를 제4차 산업혁명의 범용기술(GPT)로 보고 생산성·기업·고용·시장규제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챗GPT 등장 이후에는 AI가 연구개발을 포함한 대부분의 인지 업무를 자동화하고, 로봇과 결합해 육체노동까지 대체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있다.

시급한 문제는 청년고용과 사이버보안이다. 보고서 작성에 이어 코딩과 업무 흐름까지 자동화되면 신입사원이 경험을 쌓던 입문업무가 줄어들고 취업 사다리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소프트웨어 취약점 탐지 능력이 탁월한 미토스는 악용되면 사회 인프라를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우려로 미국 내 일부 기관만 접근할 수 있다. 엔트로픽은 AI 개발을 멈춰야 한다고 경고하지만, 시장은 서로 먼저 앞서려는 치열한 죄수의 딜레마 식 경쟁에 빠져 있어 설득력은 떨어진다. 슬로벌라이제이션 시대에 AI 패권 경쟁도 기술·수출 통제로 블록화되고 있어 UN·OECD와 같은 국제기구를 통한 변화에 대비한 적극적인 세계 공조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성장을 먼저 추진한 뒤 분배 문제를 바로잡거나, 옵트아웃 방식으로 인터넷 이용을 확산한 후 스팸·개인정보 침해에 대응하는 사후 처방을 답습할 여유는 없을지 싶다. 우리만이라도 AI 활성화와 더불어 일자리·보안·개인정보·저작권·공정경쟁을 메가시프트 시대의 의제로 대응 방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기술 성장 논리에 인권을 종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권을 상위 원칙으로 삼아 AI의 발전 방향과 거버넌스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nclee@hansu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