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학회 하계학술대회] AI 시대 통신 병목 뚫는 전파…국방·심우주로 무대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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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자파학회가 20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2026년 전자파학회 하계종합학술대회' 개회식을 열었다. 학회 구성원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 통신 기술의 핵심 지표가 속도에서 효율로 옮겨가고 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AI 연산 수요에 비해 무선 대역폭 확장은 물리적 한계에 다다르면서, 전송량을 높이는 대신 통신 방식을 분산하는 전파기술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AI 시대 통신기술의 재설계 방향과 우주·위성·방산 분야 전파기술 국산화 과제를 함께 조망하는 학술행사가 마련됐다.

한국전자파학회는 19일부터 22일까지 강원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2026년 하계종합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올해로 14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는 5G 어드밴스드·6G 등 무선통신부터 AI, 생활·산업·의료, 우주·위성·국방까지 전자파 기술의 확장성을 다뤘다.

20일 열린 개회식에서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축사를 통해 전자파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반기술로 규정하고 전폭적 정책 지원을 약속했다.

류 차관은 “AI 대전환부터 우주시대를 열어갈 위성통신에 이르기까지 전자파는 미래 첨단산업의 생태계를 확장하는 가장 강력한 열쇠”라며 “정부는 6G와 저궤도 위성, 피지컬 AI 등 차세대 전파 핵심기술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전문 인력 양성, 전파 규제 합리화를 통한 혁신 서비스의 적기 시장 진입을 전폭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상훈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장도 “전파는 AI 시대와 다가올 양자컴퓨팅 시대, 앞으로 펼쳐질 신기술의 가장 근본이 되는 기간 기술”이라며 “학회가 전파기술의 가치를 대중과 정책 현장에 쉽게 전달하는 구심점이 돼달라”고 당부했다.

◇ “속도 경쟁은 끝났다”…AI 시대 통신, 효율적 분배에서 답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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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석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부사장이 전자파학회 기조강연에서 AI 시대 차세대 통신의 기술적 과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 기조강연의 핵심 화두는 AI 시대에 대응한 통신 기술의 재설계와 무선망 에너지 효율, 국방 전자파 기술이었다.

김준석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부사장은 '인하우스 엣지 AI'를 주제로 AI가 촉발한 트래픽 구조 변화를 짚었다. 대규모언어모델(LLM) 파라미터와 컴퓨팅 파워는 5~10배씩 늘고 있지만 무선 대역폭은 선형 증가에 그쳐 기존의 통신 설계 방식으로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진단이다.

김 부사장은 “AI 시대에 차세대 통신은 데이터 처리량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된다”며 “앞으로는 더 빠른 파이프가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패킷을 분산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법으로는 AI 토큰 이코노미 개념을 통신에 적용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즉각 응답이 필요한 음성은 단말에서, 지연을 일부 허용하는 작업은 엣지 기기와 와이파이로, 복잡한 연산은 데이터센터로 보내고 원거리는 비지상망(NTN)으로 분배해 처리하는 구조다.

김 부사장은 “추론에 따라 최적화된 모델을 배정하는 토큰 이코노미 AI를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인데, 통신도 그런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모든 통신 방식이 어우러지는 통합시스템으로 가는 것이 차세대 통신기술이 가야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분산을 판단하는 주체로는 가정과 차량, 로봇에 놓이는 로컬 허브를 지목했다. 6G 단계에서는 가정용 접속단말기(CPE)가 이 역할을 맡을 것으로 내다봤다. 통신 방식 구분 없이 경로를 자동 배분하는 RF 기술도 산업계 과제로 제시했다.

무선망 에너지 효율도 화두로 올랐다. 앤딩 주(Anding Zhu)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MTT-S 회장은 6G 이후 무선망의 에너지 소모가 RF 송신단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완전 디지털 RF 전력 생성 개념을 제시했다.

주 회장은 “2030년 전세계 발전량의 10%가 무선 네트워크 구동에 쓰일 것”이라며 전력 효율이 낮은 송신단 전력증폭기 대신 디지털 신호로 질화갈륨(GaN) 트랜지스터를 직접 제어해 아날로그 단을 걷어내는 완전 디지털 송신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전파기술, 국방·심우주 항법·위성 반도체로 확장

국방 영역에서 전파 위상도 부각됐다. 국방과학연구소는 미래 전장을 주도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전자기스펙트럼을 꼽았다. 감시·정찰과 정밀 교전 센서, 위치·항법·시각(PNT), 통신·데이터링크 등 주요 임무가 AI와 접목되며 새로운 전장 패러다임이 도래했다는 진단이다. 고도의 비닉성이 요구되는 전자공격·전자보호 기술 개발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시험 인프라 구축도 과제로 제시했다.

우주·위성 영역에서의 전파 활용도 본격화됐다. 원격탐사를 주제로 열린 주제강연에서는 심우주 항법과 위성 합성개구레이다(SAR) 고도화, 위성영상 AI 분석 기술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 기반 델타-DOR 기술을 소개했다. 달·화성 탐사 경쟁 가속화로 심우주 탐사선의 궤도를 정밀 추적하는 항법기술 중요성이 커지면서 미국 NASA 심우주통신망과의 상호운용성 확보와 국내 독자적인 초정밀 심우주 항법 기술 확보 방안이 제시됐다.

위성 하드웨어 국산화도 과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우주 방사선과 고진공 환경에서 상용 반도체가 겪는 한계를 짚으며 기밀성 패키지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통신과 센싱을 결합하는 ISAC 등 6G 핵심기술도 비중있게 다뤄졌다.

첫날인 19일에는 우주·위성과 안티드론, 6G 소자·패키지·안테나, 국방 응용, 전자파 인체·생체영향, 양자기술, AI와 전파의 결합 등 8개 워크숍이 동시에 열려 분야별 최신 기술 동향이 공유됐다.

◇ 참가 인원·논문·전시 모두 '역대 최대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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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2026 한국전자파학회 하계종합학술대회 개회식

이번 학술대회는 참가 인원과 논문 편수, 전시 규모 모두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산·학·연·관 전문가와 대학원생 등 2000여명이 참가했으며 통신과 우주·위성, 국방, 반도체 패키징, 의료·생체 분야를 아우르는 학술논문 885편이 접수됐다.

전시도 역대 최대 규모로 꾸려졌다. 한화시스템과 LIG D&A,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한항공, 인텔리안테크 등 방산·우주항공 기업과 안리쓰, 로데슈바르즈 등 계측장비 기업까지 50여개사가 69개 부스를 마련했다. 올해 처음 후원사로 참여한 대한항공은 이날 전자파학회와 기술협력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미래 전파인재 양성 프로그램도 강화됐다. LIG D&A·인텔리안테크·루미르·브로던 등 4개사는 부스에서 채용설명회를 열었고 신진 연구자 초청강연과 학부생 논문 경진대회도 진행됐다. 올해 처음 마련된 여성과학자 교류 세션 WiM(Women in Microwave)에서는 이은지 한화시스템 전문연구원과 전상미 LIG D&A 연구위원, 손호경 ETRI 박사, 양은정 국방과학연구소 박사, 윤희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가 진로 경험을 공유했다.

박영철 한국전자파학회장은 “전파 기술은 첨단기술 혁신의 매개체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면서 “함께할 때 큰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군마주천리(群馬走千里)'라는 말처럼 학회는 국가, 기관간 협력을 주도해 기술 주권 확보를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평창(강원)=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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