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K바이오, 돈맥경화 아닌 경로의 문제

“길게 봐도 3년이다.” 최근 만난 바이오 전문가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경쟁국과 격차는 순식간에 벌어지고 있다. 숫자를 보자. 한국은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바이오시밀러 18개 중 5개를 따내며 국가별 1위에 올랐다. 기술과 저력은 분명하다. 그러나 기술이전 규모는 12조원 안팎이다.

같은 기간 중국은 40조원에서 50조원을 벌어들였다. 조 단위 투자로 임상 데이터를 쌓은 중국과 전임상 데이터에 기대는 한국의 차이다. 일본·인도·태국까지 바이오 투자를 늘리는 사이 한국만 이도 저도 아닌 상태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돈맥'이 말라서가 아니다. 자본이 흐르는 경로가 문제다. 정부 지원은 임상 3상 펀드와 인허가에 조각조각 흩어졌다. 정작 기업이 쓰러지는 데스밸리는 임상 2a·2b 개념입증(PoC) 단계다. 밑단이 비면 3상 후보물질은 나오지 않는다. 렉라자와 세노바메이트 같은 성공 모델이 가뭄에 콩 나듯 나는 이유다.

규제는 바이오 성공 신화를 더욱 어렵게 한다. 연구개발 투자를 늘릴수록 법차손 규정에 걸려 관리종목으로 내몰린다. 혁신 기업이 상장을 지키려 본업과 무관한 빵집 등 사업에 손대는 모순도 벌어진다.

첨생법(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묶여 우수한 국내 줄기세포 원료를 두고도 환자가 일본으로 원정 시술을 떠난다. 규제가 산업도, 환자도 지키지 못하는 모양새다.

신설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가 시험대다. 부처 간 가교 역할에 그친다면 '타다' 하나 풀지 못한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전철을 밟을 것이다. 예산 편성과 사업 관리 실권을 쥔 컨트롤타워, PoC 단계 중심의 생태계형 펀드, 기술성장기업 법차손 산정에서 경상 R&D 비용 제외 등 업계가 내놓은 선택지는 이미 나와 있다. 남은 것은 고르고 실행하는 일이다.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지원이 아니다. 효과적인 설계를 통한 지원이다. 흩어진 예산을 데스밸리에 모으고, 발목 잡는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Photo Image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