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학과 병원의 기술 사업화 기반은 기술사업화팀과 산학협력단을 갖춘 일부 대형병원에 몰려 있다. 같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중소병원이나 네트워크가 없는 의료진은 출발선에 서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이 직접 운영하는 중개연구 프로그램이 대안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김지원 스탠퍼드대 의대 중개연구 프로그램 '스파크(SPARK)' 사업개발 부이사는 “지난 20년간 미국에서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신약의 55% 이상이 대학 연구실에서 출발했다”며 “한국도 여러 대학이 컨소시엄을 꾸려 스파크 글로벌에 참여하면 실리콘밸리의 네트워크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파크는 스탠퍼드 의대가 20년 전 만든 프로그램으로 초기 연구를 신약·진단기술·의료기기로 연결한다. 지원 프로젝트의 약 50%가 기업에 기술이전됐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했다.
김 부이사는 좋은 연구가 제품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로 지식 격차를 우선 꼽았다.
그는 “임상 의사들은 상업화 훈련을 받지 않아 규제가 얼마나 많고 어려운지 모른다”고 말했다. 혼자 연구해 논문 내는 데 익숙해 산업계와 일하는 방식이 낯설다는 점, 개발한 약이 경제적으로 성립하는지 따져본 경험이 없다는 점도 들었다.
해법으로는 '목표 제품 요건'(TPP·Target Product Profile) 설정을 지목했다. 어떤 환자군을 대상으로 어떤 규제 절차를 거쳐 얼마에 팔지를 먼저 정하고 거꾸로 일정을 짜는 방식이다.
김 부이사는 “연구는 흥미로운 데이터를 따라가지만, 제품 개발은 도착점을 먼저 정하고 뒤로 돌아와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파크는 매년 12~15개 프로젝트를 뽑는다. 기존에 없던 기술일 것, 실제 미충족 수요를 채울 것, 제품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 기준이다. 프로젝트당 지원금은 5만달러 수준에 그친다. 대신 매주 저녁 세미나에서 산업계 자문위원이 무보수로 팀별 발표를 검증한다. 김 부이사는 “멘토링과 멘토에게서 얻는 네트워크를 우리는 거의 무상으로 준다”고 말했다.

실패 사례로는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 단기간에 성과를 내겠다는 비현실적 기대를 들었다. 특허 관리와 '사업 실시 자유'(FTO·남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고 제품을 팔 수 있는 권리) 확인을 건너뛰거나, 개발 의지가 없는 투자자에게 기술을 넘겨 개발이 멈추는 경우도 꼽았다.
협력 창구로 제시한 스파크 글로벌은 10년 전 시작해 각국 사정에 맞게 운영하며 회비는 없다. 대만과 핀란드는 의료기기 중심이다. 일본은 쓰쿠바대·게이오대가 적극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게이오대는 40명을 스탠퍼드로 보내 나흘간 부트캠프를 했다.
인공지능(AI)에 대해서는 신중했다. 김 부이사는 “컴퓨터로 후보 물질을 설계하는 방식은 10년 전부터 썼고 최근 AI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신기술이 제시한 표적이 실제 유효한지 검증하는 데 집중하고, 수익성이 낮아 산업계가 손대기 어려운 희귀질환과 소아·산모 질환도 늘릴 계획이다.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역량은 기회로 봤다. 김 부이사는 “세포·유전자치료제가 나와도 개발·생산해 줄 기반이 이미 있다는 뜻”이라며 “자원은 다 있으니 연결만 하면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