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은 교육 정책을 비난할 때 유독 많이 사용되는 한자성어다. 학부모는 교육 정책에 많은 혼란을 느끼며 교육 불신을 초래한다. 불신의 가장 큰 이유는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과거 교육 정책을 무시하고 내놓는 변화된 교육 정책과 그때마다 변경되는 대학입시 제도 때문이다.
교육 정책이 자주 바뀌는 가장 큰 원인은 일등을 선호하는 국민 의식과 교육열이 맞물려 지나치게 명문 대학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많은 학부모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교육 최종 목표로 생각, 다양한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공정하면서도 평등한 입시제도를 만들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 학부모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제안한 공약을 실천하고 이를 단기간에 실현시키려는 욕심에 민주 절차를 통해 전문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정치 역학 관계로 해결하는 일이 많이 생겨난다. 상당수 학부모는 열심히 내 아이를 공부시켜서 명문대에 입학시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게 됐다. 현존하는 자율형 사립고, 특목고, 일반고 교육 목표도 모두 대학 입학에 맞춰져 있는 게 현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을 내게 되면 오히려 교육 현장 혼란이 더 가속될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국민 눈높이가 대학 입시에 맞춰져 있을까. 최근 한 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2020년이 되면 만 18세 인구가 50만명으로 줄어 대학 정원인 57만명보다 적어져서 경쟁 없이 대학을 들어가고, 2030년이면 청년 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완전 고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세계 미래학자 토머스 프리 박사도 한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로 '저출산'을 꼽고,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은 꽤 장기간 겪어야 할 어려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저출산, 노령화 문제는 반드시 미래에 한국의 발목을 잡는 큰 장애 요인이 될 것이라는 게 프리 박사의 분명한 견해다.
최근 핀란드는 2020년까지 교과 중심의 교육 과정을 소통(Communication), 창의성(Creativity), 비판 사고(Critical thinking), 협업(Collaboration)의 이른바 4C를 강조하는 역량 중심의 교육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팀워크나 협업의 핵심 기술이 미래에 요구되는 역량을 기르는데 가장 적합한 기술이라고 판단, 교육 방식을 문제 해결과 협업 능력을 높이는 수업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교육 시스템은 집단 구성원 간 경쟁을 통해 일 잘하는 성실한 인재를 만들어 왔다. 그러나 앞으로 교육은 개개인 역량을 심어 주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학습을 통한 조직 단위의 기술 혁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리는 누구나 쉽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살아간다. 과거에는 정보를 모으고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했지만 지금은 모든 정보와 기술을 공유한다. 이 시대에 정말 중요한 것은 정보나 지식이 아니라 새로운 시도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다.
미래를 보고 긴 호흡으로 추진해야 할 교육 정책이 입시 정책에만 맞춰서 자주 바뀌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제도로 교육 정책 수장 임기를 최대한 보장하고, 정권이 바뀌어도 일관된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큰 그림을 그리고, 과학 및 현실 방안과 정책을 마련해야 하며, 대학입시도 선별력을 높이고 중·고등 교육의 바람직한 방향을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대학은 현실에 안주하면서 점점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다. 대학 예산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 정책에 따르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은 대학이 늘 제자리 또는 뒷걸음질만 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학 스스로도 개혁을 통해 경쟁 체제에 대비해야 하며, 정부도 대학 자율을 최대한 인정해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대학이 대학다워야 중·고교에서 대학입시 경쟁을 쓸데없이 하지 않게 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토니 와그너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기성세대가 취업을 한 세대였다면 우리 아이는 앞으로 스스로 창업을 준비해야 하는 세대며, 더 이상 입시준비생으로 만들지 말고 혁신준비생으로 길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 집단 대중 교육으로는 미래에 적합한 인재를 길러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인식하지 못하면 풍요롭고 지속 가능한 미래는 없을지도 모른다. 창의 인재를 지속 양성하고 급격한 변화에 선제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 정책 선구안이 절실히 요구된다.
김정하 티라유텍 대표(jason@thiraute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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