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겪는 생보업계…대형 생보사 '휘청'

생명보험사의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됐다. 새로운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을 앞두고 생보사들이 부채로 인식하는 저축성 보험을 줄이고 보장성 보험을 늘린 영향이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생보사들의 당기순이익은 1조2324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1조5740억원)과 비교하면 21.7%(3416억원) 줄어든 규모다.

생보사의 올해 1분기 보험영업손실은 5조7000억원을 집계됐다.

IFRS17을 앞두고 수익에 상당수 의존하던 저축성 보험을 줄인 여파다. IFRS17이 도입되면 저축성보험은 '부채'로 인식된다. 따라서 생보사들은 부채만큼 자본을 더 쌓아야 하기 때문에 저축성보험을 줄이고 있다. 실제 이 기간 저축성 수입보험료는 전년 동기 대비 2조7000억원 줄었다.

또 숨은 보험금 찾아주기 캠페인 등에 따른 지급보험금이 1조9000억원 증가하는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5664억원) 손실이 확대됐다.

투자영업이익도 올해 1분기 5조9722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6조345억원) 대비 (1.0%)623억원 축소됐다. 금리 상승에 따른 유가증권 처분·평가이익 등이 감소한 여파다.

IFRS17 대응을 위해 생보사들이 변액보험 판매를 늘리면서 영업외이익은 25.6%(2744억원) 증가한 1조3442억원으로 집계됐다. 변액보험의 경우 저축성보험과 반대로 보험사가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책임준비금(부채)의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대형 생보사의 경우 수익성 악화는 더 컸다.

올해 1분기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빅3 생보사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26.9% 줄어든 7245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삼성생명의 경우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30.1% 줄어든 4158억원으로 집계돼 하락 폭이 더 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 생보사들의 경우 그동안 저축성보험을 크게 늘려 취급 비중이 매우 크다”며 “IFRS17 도입으로 인한 대응 여파는 다른 보험사보다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메트라이프, 처브라이프, AIA, 동양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 역시 전년 대비 순이익이 27.6% 감소한 2839억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소형사와 은행계의 경우 당기순이익이 증가해 대조적이었다.

DB생명, ING생명 등 중소형사 6곳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145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3% 증가했다. 은행계 보험사도 이 기간 6.6% 늘어난 788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IFRS17로 생보사들의 상품 구성 비중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저축성보험은 8조62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6%(2조6663억원) 감소한 반면 보장성보험(10조2997억원), 변액보험(5조301억원)은 이 기간 각각 2.0%, 1.0% 늘었다.

원희정 금감원 생명보험검사국 팀장은 “IFRS17 등 자본규제 강화에 대비해 저축성보험 판매가 크게 줄어든 반면, 보장성보험의 매출 신장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결과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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