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수출 버팀목 반도체 무너지면 한국경제 '와르르'…LED, LCD 전철 밟을 수도

중국이 반도체 시장에 진입하면 한국 경제 마지막 버팀목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왔다. 한국과 동일한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면 그동안 반도체 강국 신화도 무너진다. 중국산 반도체 덤핑과 가격 공세로 시장 질서가 무너질 가능성이 짙다. 국가 차원 기술 보호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 산업 지원 제도가 급하다.

전자신문이 단독 입수한 '중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 진출 현황과 대응전략 정부 보고서'에 “중국이 시장 진입에 성공하면 메모리 평균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기술과 생산 노하우를 충분히 확보하는 시점에선 가격 덤핑 등으로 시장 질서를 교란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는 경고성 메시지도 담았다.

중국은 이미 발광다이오드(LED), 태양광 패널 시장 등에 진입하면서 비슷한 전략을 구사했다. 한국 선발 기업을 저가 공세로 무너뜨리고 시장을 재편했다. 최근엔 견고하던 한국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산업도 중국 물량과 저가 공세에 흔들리고 있다.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은 중국 물량 확대 추이에 따라 적자 폭이 좌우되는 매우 불안한 환경에 직면했다. 반도체도 중국 기업 진출로 비슷한 궤적을 밟아 갈 수 있다는 것이 정부 보고서 핵심이다.

조선이나 자동차 같은 한국 주력 수출 산업은 현재 위기에 처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홍역을 앓던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70.3%)로 나타나면서 한국 경제 동력이 꺼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품목은 사실상 반도체 하나다. 지난해 한국 반도체 수출액은 979억달러로 단일 품목 수출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메모리 반도체다. 메모리 반도체마저 중국의 추격을 허용하면 한국 산업 마지막 보루가 무너지는 셈이다.

중국 메모리 시장 진출이 예상처럼 쉽게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기존 메모리 기업의 특허 회피, 전문 인력 양성, 생산 노하우 습득, 난관에 부닥친 반도체 기업 인수합병(M&A) 등 변수가 많다.

그러나 중국은 정부 주도로 반도체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3000억위안(약 51조원) 규모 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 해 2000억달러에 이르는 반도체 수입 의존도를 줄이자는 것이 목적이다.

중국 기업이 초기에 생산한 메모리 성능이 일부 떨어지더라도 '자급률'을 목적으로 삼는다면 시장에 어떻게든 중국산 메모리를 유통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이렇게 기술 노하우를 쌓고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하며 규모의 경쟁력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반도체 슈퍼 호황기가 지속된다면 30나노, 40나노 등 낮은 기술로 만든 메모리도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 투자 공세는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보고서에서 “중국 기업이 메모리 공장 건설을 위한 자금 조달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USB용 저가 낸드플래시나 가전 제품용 D램 등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해 시장 진출 후 점차 시장점유율을 높인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 인력 양성, 투자 등 사활을 건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는 되돌릴 수 없는 수렁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