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가 미래 경쟁력 우위를 정하는 핵심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빛을 볼 것으로 기대되는 모든 분야가 빅데이터를 활용한다. 사회 전 분야에서 빅데이터를 수집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문제는 이미 확보한 빅데이터 활용이다. 단순히 빅데이터를 모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깊이 있는 분석과 활용을 수반해야 의미가 있다. 빅데이터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신 분야를 창출하고, 새로운 활용 방법론을 개발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도 빅데이터 활용에 역점을 두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다양한 대규모 정보를 사회 각 분야에서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놓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스마트시티, 바이오헬스 분야를 중심으로 두 번에 걸쳐 KAIST 중점 연구를 짚어본다.
스마트시티는 국민의 삶에 가장 밀접한 빅데이터 활용 분야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축적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종 사회 기반 시설, 교통망, 에너지 수급, 생활 안전 분야 관리에 효율성을 더한다.
KAIST(총장 신성철)는 이런 스마트시티 건설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빅데이터 활용 기반을 개발하고 있다. 먼저 치중하는 것은 교통 분야다.
장기태 조천식녹색교통대학원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교통 현황을 분석하고 곳곳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술을 만든다. 서로 분리된 교통 관련 빅데이터를 융·복합해 분석하고, 원하는 정보와 문제 해결책까지 제시하는 '이종 교통정보 융복합 및 이벤트 추출기술(이하 이종 정보 융복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종 정보 융복합 기술은 이종의 교통 빅데이터를 한 데 모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현재 교통 분야에는 다양한 정보수집 체계가 이용되고 있다. 각 차량에 부착된 내비게이션 장치, 하이패스 단말기, 버스 인포메이션 시스템을 비롯해 노상의 CCTV, 각종 검지 센서, 톨 콜렉션 시스템(TCS·고속도로 시종점 정보수집기) 등 다양한 장비와 기기가 있다.
문제는 이들 기기에서 얻는 정보의 형태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핵심 정보인 공간 정보는 위도·경도로 표현하는 때가 있는 반면에 특정 랜드마크와의 거리와 주소도 사용한다. 시간이나 다른 정보 역시 서로 상이하다. 기술 발전 및 정보체계 단일화를 이룬다고 해도 세세한 정보를 모두 통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종 정보 융복합 기술은 자체 개발한 정보 필터 기술로 빅데이터를 단일화한다. 레퍼런스(참조) 데이터를 기준으로 다른 정보를 변환한다. 레퍼런스 데이터를 달리 표현하는 각종 수치 및 서술 표현을 미리 확보해 다른 빅데이터 내 정보와 맞춰보는 방식이다.
이렇게 얻은 정보는 하나의 시공도(시간 및 공간 정보를 표현하는 교통공학 개념)에 옮겨 데이터셋으로 만든다.
데이터셋은 많은 정보를 포괄한다. 특정 도로 시간대별 교통량, 정체현상 유무, 사고 정보 등을 담는다.
이용자가 원하는 조건을 입력해 관련 정보를 추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연구팀은 차량의 급감속과 조향을 비롯한 '운전 이벤트' 발생 빈도를 따져 추출 정밀성도 높였다.
추출 정보는 스마트시티 교통망 고도화 기반이 된다. 교통량에 따라 특정 교차로 신호 배분 시간을 조절하거나 사고 다발 도로 교통 체계를 변경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 사전에 교통량을 예측하는 용도로도 쓴다.
이종 정보 융복합 기술과 도출 정보는 이미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 예보시스템', 대구시 교통정보다각화 사업 수행에 도움을 줬다.
장기태 교수는 “스마트시티는 다양한 IoT 기기로 정보를 수집하는 만큼 여러 가지 포맷의 정보를 하나로 융복합하는 것이 관건”이라면서 “KAIST 기술로 미래 스마트시티의 교통을 편하고 안전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윤진 건설 및 환경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율주행자동차와 같은 첨단 운송체계가 안전한 경로를 생성하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연구팀은 도로와 같은 공간 정보에 조명 유무, 인근의 보행자 수, 각종 위험요소 정보를 반영한 데이터셋을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 자율주행자동차는 목적지에 도착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 어느 정도 사고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운행 시간을 줄이기 위해 위험요소가 많은 도로를 달리는 때도 있다. 연구팀이 만드는 데이터셋을 적용하면 혹시 모를 사고의 위험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연구팀은 지리 특성을 위상수학으로 해석해 위치 정보와 부가 상황 정보를 모두 보존·활용할 수 있는 '토폴로지컬 데이터 어낼러시스(TDA)' 방법론과 기계학습을 활용했다.
연구팀은 3차원(D) 지형정보를 통해 드론의 안전 운행 경로를 만드는 '드론 에어스페이스 매니지먼트' 연구에도 힘쓰고 있다. 이 연구는 스마트 시티 내 폭증할 드론 교통에 대비한 연구다.
정보의 도심지 3D 지도, 드론 비행규정, 드론 내비게이션 정보를 융복합해 향후 드론이 운행할 수 있는 곳과 경로를 만든다. 이 연구에도 역시 TDA를 활용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밖에 응급의료자원 정보와 교통 정보를 통합 분석해 골든타임 내 응급의료 서비스 구현을 위한 기반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윤윤진 교수는 “스마트시티의 빅데이터 활용은 단순히 기술뿐만 아니라 사람을 담아야 한다”면서 “기술 효용을 극대화하면서 구성원 안전과 삶의 질을 함께 융합하고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 10대 국가미래 산업기술 (자료: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표] 스마트시티 발전단계 (자료 : 한국정보화진흥원)
[표] 스마트시티 관련 도시문제 분야별 중요성 우선순위 (자료 :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