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퀀텀닷LED 개발 가속
삼성전자가 미국 퀀텀닷 재료 기업 QD비전을 7000만달러(약 830억원)에 인수한다. 퀀텀닷(QD)필름을 적용한 프리미엄 TV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연구개발(R&D)하고 있는 퀀텀닷LED(QLED) 개발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QD비전 인수전에는 중국 기업들도 참여, 퀀텀닷 기술을 둘러싼 한국과 중국의 주도권 싸움이 본격 시작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QD비전 인수전에 참여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가 제안한 인수금액은 7000만달러다. 현재 자세한 인수 조건을 협의하고 있다. 업계는 늦어도 다음 주 정도에 최종 인수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아닌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를 내세웠다. 삼성종합기술원을 중심으로 퀀텀닷 소재 특성과 QLED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퀀텀닷 소재를 디스플레이에 적용, 양산했다. 퀀텀닷을 필름 형태로 제작, 색 재현력을 높인 프리미엄 SUHD TV를 양산한다. 퀀텀닷은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태양전지, 바이오 센싱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
QD비전은 카드뮴계 퀀텀닷 분야에서 기술력이 높은 전문 기업이다. 최근 비카드뮴계 연구도 시작했다. MIT 출신 연구자가 설립했으며, 2006년 양자점을 LED에 적용하는 성과를 거뒀다. 중국 TCL에 퀀텀닷 필름을 공급했고, 소니와도 2013년 퀀텀닷 TV 개발에 협력했다. LG디스플레이와 2010년 퀀텀닷 기술 개발 협약을 맺기도 했다.
QD비전 인수전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약 20년 이상 퀀텀닷을 연구한 세계 학자 펑샤오강 저장대 교수가 설립한 벤처기업 나징(NaJing)이 상당히 파격 조건으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나징은 중국 정부가 전략상 퀀텀닷 기술 확보를 위해 투자한 퀀텀닷 전문 벤처기업이다. 펑 교수가 오는 2019년 QLED 시제품을 공개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퀀텀닷과 QLED 기술 개발에 의욕을 내고 있다. 퀀텀닷 기술을 적극 확보하고 있는 중국 TCL도 나징테크와 긴밀히 협력한다. 중국 BOE도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BOE는 대형 OLED TV 기술과 퀀텀닷 기술을 모두 R&D하고 있다. 차세대 대형 TV 기술력을 갖추기 위한 투자 공세를 다양한 분야에서 퍼붓고 있다.
카드뮴계 퀀텀닷 분야 경쟁사인 나노시스, 독일계 화학기업 바스프도 인수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나징보다 높은 조건을 제시하지 못했지만 퀀텀닷 TV 시장 확대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QLED를 R&D하는 등 앞으로 QD비전 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QD비전이 최근 유동성 문제를 겪었는데 후발 주자인 중국보다 이 분야 선두인 한국 1위 기업과 손을 잡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다소 낮은 가격에 인수가를 책정, 삼성에 유리한 딜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아직 최종 계약이 확정되지 않아 말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