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퀀텀닷(QD·양자점) 재료기업 QD비전을 인수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 기업 간 눈치싸움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퀀텀닷 기술을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중국이 공격적인 인수금액을 제시했고 한국은 중국의 기술 추격을 저지하기 위해 배수의 진을 치고 치밀한 인수 전략을 세웠다. 프리미엄 TV를 시작으로 향후 에너지, 바이오센서 등으로 확장할 수 있는 퀀텀닷 기술 확보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의 경쟁 서막이 올랐다.
최근 삼성전자는 미국 QD비전의 지식재산권(IP) 등 자산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인수 대금은 7000만달러(약 830억원)다. 업계는 QD비전이 좀더 높은 금액으로 인수협상을 할 수 있었지만 자금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어 당장 인수대금을 현금으로 지불할 수 있는 기업을 선택해야 했고 그 결과 삼성전자가 유리한 협상 고지를 점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QD비전은 지난 2011년 2200만달러(약 260억원) 규모 자금을 투자받았다. 당시 노스브리지벤처파트너스(North Bridge Venture Partners), 하이랜드캐피털파트너스(Highland Capital Partners) 등 기존 투자자와 새로운 투자자를 확보해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이후 2015년에 중국 칭캐피털(Tsing Capital)과 유럽 바스프벤처캐피털(BASF Venture Capital)로부터 추가로 투자받았다. 당시 재료기업 바스프와는 퀀텀닷을 이용한 백라이트와 액정표시장치(LCD)용 컬러필터 기술 개발을 위해 공동개발 협약을 맺기도 했다. 그러나 퀀텀닷 상용화가 예상보다 더뎌지면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퀀텀닷 연구는 오래 전부터 시작했지만 실제 상용화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디스플레이 용도로 막 시작한 셈”이라며 “퀀텀닷 재료 기업 대부분이 실제 수익보다는 투자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어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QD비전이 보유한 원천 특허를 확보하기 위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구체적으로 재료 합성, 필름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어떤 특허를 가치있게 봤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QD비전이 가진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인수에 참여했을 가능성도 있다. QD비전은 스스로 QLED 기술 분야 리더라고 소개해왔다. QLED라는 용어를 회사 대표 브랜드 중 하나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번 인수전에서 중국은 퀀텀닷 기술 확보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가장 강력한 인수 경쟁자로 떠오른 나징은 삼성전자보다 약 40% 높은 가격을 적어냈지만 상대적으로 현금 조달력이 약해 우선협상 대상에서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트업이지만 중국 정부의 적극 지원을 입고 있고 TCL과도 협력하고 있어 거액의 인수금액을 제시하는 게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중국 BOE도 인수에 참여했지만 좋은 조건을 제시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참가사들에 비해 정보 파악이 늦어 충분히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거나 현금 조달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QD비전 기술 인수 성사를 앞두고 한시름 놓은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중국이 QD비전 기술을 확보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삼성의 퀀텀닷 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다”며 “전자가 중국 회사에 로열티를 내는 모양새도 될 수 있어서 이번 인수에 더 절박하게 대응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중국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장악한 프리미엄 TV 시장에 진입하고 싶어해 가장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은 퀀텀닷 TV”라며 “내년 퀀텀닷 TV 출시를 계획한 중국 TV 브랜드가 상당한 만큼 앞으로 퀀텀닷 기술과 TV 시장을 둘러싼 한국과 중국의 경쟁 서막이 오른 셈”이라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