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국정 최우선 목표로 삼은 '양극화 해소' 방안을 내년 초 국정 쇄신과 함께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후 개각을 비롯한 쇄신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연말연시 양극화 해소 정책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의견 등을 취합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정부 출범후 고수하던 건전재정 기조도 유연하게 바라보겠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양극화 해소 정책을 마련해 발표하는 것은 내년 초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양극화 해소를 위해선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 추가경정예산까지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 때문에 써야 할 곳에 재정을 쓰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경기침체 및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반전 카드로 정부가 확장재정 기조로 돌아섰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도 “양극화 해소를 위해 재정을 조금 더 확장해서 사용하겠다는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시급한 예산에 대해선 추경보다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정부 예산안에 반영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지원금이나 보조금을 직접 지원하기보단 간접 지원하는 방향을 고수해왔다.
반도체 보조금 등에 대해서도 여당이 추진하는 반도체특별법의 국회 처리 상황을 지켜본 뒤 재정을 투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같은 대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다시 한번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돼 지원 여건이 마련된다 해도, 반도체 분야 중소기업이나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대상이 될 것”이라면서 “대기업에는 반도체클러스터 조성 과정에서 필수적인 용수와 전력 공급 지원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양극화 해소'를 집권 후반기 국정 최우선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2일 '제56회 대한민국 조찬기도회'에서도 “민생과 경제의 활력을 반드시 되살려 새로운 중산층의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21일 오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5박 8일간의 페루·브라질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 대통령은 곧바로 국정 쇄신을 위한 인사카드를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졌다. 개각과 함께 내년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외교·안보·경제·통상 라인의 변화도 예상된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